AI 이름값에 걸린 의심
글로벌 증시가 AI 투자에 대한 의구심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난 주 나스닥은 4.5% 급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8거래일 연속 내렸는데요. 발단은 데이터센터 임대업체 코어위브였습니다. 총부채가 510억 달러를 넘어서며 회사채 수익률이 15%를 돌파했고, 하루 만에 주가가 12% 빠졌습니다.
시장의 관심이 AI 수요에서 투자금 회수 능력으로 옮겨간 겁니다. FT는 올해 미국 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최소 47건이 지연되거나 철회됐다고 전했습니다.
여파는 아시아로 그대로 넘어왔습니다. 19일 닛케이225는 장 초반 1400포인트 넘게 밀렸다가 낙폭을 줄이며 0.62% 하락한 64,916.70에 마감했고, 토픽스는 0.04% 오르며 혼조를 보였습니다. 소프트뱅크그룹과 도쿄일렉트론이 약세를 이끈 반면 도쿄가스, 다케다제약 같은 방어주로는 매수세가 들어왔습니다.
5500까지 밀린 코스피
국내 증시는 더 가파릅니다. 코스피는 10월 초 7000선에서 5500선까지 내려왔고, 외국인 순매도는 11조2068억원에 달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체 순매도의 78.8%를 차지했습니다. 반도체 비중이 높은 시장 구조상 매도 물량을 받아줄 주체가 마땅치 않았다는 분석입니다.
증권가 8인의 진단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5000선 초중반까지 추가 하락은 열어둬야 하지만, 기업 이익이 크게 훼손되지 않는다면 그 부근이 지지선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하나증권은 5300선, 키움증권은 5100선, 삼성증권은 5000선을 각각 마지노선으로 제시했습니다.
반등의 갈림길은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몰려 있습니다. 주요 반도체 기업 실적 발표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결과, 중간선거가 연달아 예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팔지도, 빚투하지도
중국발 변수도 있습니다. 3분기 GDP가 4.5% 성장하며 상하이·선전 지수는 소폭 올랐지만, 창신메모리가 차세대 D램 기술을 공개한 뒤 메모리 업종에 긴장이 흘렀습니다. 다만 HBM과 첨단 패키징에서는 국내 기업의 우위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건 속도 조절입니다. 급한 손절이나 신용을 동원한 물타기는 금물이고, 현금 여력이 있다면 실적이 뒷받침되는 대형 우량주를 나눠 담는 편이 낫다는 조언입니다.
결국 이번 조정은 AI라는 키워드가 기대에서 검증으로 넘어가는 과정으로 읽힙니다. 실제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기업이 가려지는 시기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