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 만의 전수조사, 드러난 숫자
정부가 78년 만에 전국 농지 전수조사에 나섰습니다. 지난 5월 18일부터 7월 말까지 전국 농지 132만 헥타르를 조사했고, 공무원과 민간 조사원 등 8277명이 현장을 찾았습니다. 전체 195만 헥타르 가운데 27%인 30만 헥타르, 284만 필지에서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가장 흔한 유형은 불법 임대차로 21.1%를 차지했습니다. 무단 휴경이 11.6%, 불법 전용 의혹이 9%였고, 조사 대상의 상당수는 1996년 이후 취득한 농지였습니다. 숫자만 보면 위반 규모가 적지 않지만, 현장의 사정은 훨씬 복잡합니다.
투기 방지와 농민 보호 사이
더불어민주당은 농지가 투기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고 실제 이용 현황을 파악해 제도를 바로 세우겠다는 입장입니다. 손명수 대변인은 고령 농민, 상속받은 농지, 오랜 관행에 따른 임대차 등 투기와 거리가 먼 사정을 고려해 선의의 농민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위반이 의심된다고 곧바로 처벌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반대로 농민들 사이에서는 농촌 현실을 외면한 단속이라는 불만이 큽니다. 2025년 기준 농가 인구는 198만 명으로 15년 새 100만 명 넘게 줄었고, 65세 이상 비중은 56%에 달합니다. 정부는 8월부터 의심 농지를 대상으로 재배 작물, 휴경 기간, 임대료 등을 확인하는 심층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도 정비와 세제 점검, 남은 과제
이번 조사의 목적은 단순한 소유자 확인이 아니라 실제 농업 경영 주체와 재배 현황을 파악해 농지 정책을 시대에 맞게 조정하는 데 있습니다. 불법 임대차는 형식적 수치가 많아 농촌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투기 수요가 예상되는 수도권과 관광지 등에서는 엄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함께 제기됩니다.
농지 전수조사가 성과를 내려면 정확한 정보 제공과 현장 심층조사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고령 농민의 불안을 줄이면서 투기를 가려내는 균형이 관건입니다. 여기에 농지 활용과 거래를 둘러싼 세제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78년 만의 조사가 농업의 지속 가능성과 제도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