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주 퇴출 기준 강화에 주식병합 봇물
오는 7월 1일부터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새로운 동전주 퇴출 요건이 시행됩니다. 종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중 45거래일 이상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되는 건데요. 이 제도가 도입되면서 기업들의 주식병합 공시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올해 주식병합을 결정한 기업은 총 222곳으로, 작년 17건과 비교해 13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특히 코스닥 시장의 바이오 및 헬스케어 업종 기업들이 상장폐지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액면병합이나 무상감자를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런 움직임은 강화된 상장유지 조건 때문입니다. 코스닥 상장사의 상장유지 최소 시가총액 기준도 기존 150억원에서 올 하반기 200억원, 내년 1월에는 300억원으로 단계적으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인위적으로 주가를 띄우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입니다.
반면 주식병합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병합은 유통 주식 수와 액면가만 조정할 뿐, 매출이나 영업이익 같은 펀더멘털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아이에이, 팬스타엔터프라이즈, 케이피엠테크 등은 병합 이후에도 투자심리 악화와 매물 폭탄으로 다시 1,000원 미만으로 추락하며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주가를 기계적으로 올리는 건 일시적 방편에 불과하고, 기업의 실질적인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면 결국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흑자인데도 상장폐지 위기, 억울한 기업들
이번 제도의 가장 큰 논란은 실적과 무관하게 오직 주가만으로 상장 유지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입니다. 골드앤에스는 1분기 당기순이익 7억원을 기록했는데 시가총액이 120억원에 불과하고, 조이웍스앤코는 당기순이익 26억원에 시가총액이 약 75억원입니다. TS트릴리온은 5대 1 주식 병합을 단행했음에도 주가가 900원대로 하락하며 상장폐지 위험에 놓였습니다.
사실 이런 현상은 반도체와 인공지능 대형주 쏠림 현상과 맞물려 발생했습니다. 시장의 관심이 특정 섹터에 집중되면서 중소형주로 자금이 유입되지 않고, 상장폐지 규정 강화 소식에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피해 매도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죠. 윙입푸드나 주연테크처럼 분기 흑자를 내고 있는 기업도 시가총액 기준에 미달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은 국회 전자청원을 올려 정부의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청원인은 영업이익 흑자 기업이 231곳이나 된다며, 실질적인 사업을 영위하는 정상 기업과 소액주주의 재산권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적이 괜찮은 기업마저 퇴출 위험에 내몰리는 구조는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승강제 도입과 시장 구조의 변화
금융당국은 부실기업 퇴출과 함께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 스탠다드, 관리군의 3단계 등급으로 나누는 승강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량 기업을 선별해 지수 추종 자금 유입과 펀드 상품화를 극대화하고, 영문 공시와 주주가치 제고를 통해 외국인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시장 분리로 인한 양극화와 기술특례 성장기업들의 소외 가능성은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특히 단기간에 성장 스토리를 만들기 어려운 B2B 기업이나 전통 제조업체들은 액면병합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어 고심이 깊습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IPO 주관사의 밸류에이션 능력 및 심사 부실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주가 하락의 원인이 외부 요인일지라도, 결과적으로 상장 과정의 기업가치 산정 문제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코스닥 시장은 헬스케어 중심에서 반도체 소부장 중심으로 이동하는 구조적 재평가 과정의 초입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하지만 제도 변경의 속도가 기업들의 실제 회복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시장 전체의 체질 개선과 개별 기업의 생존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게 급선무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