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의 엔저에 뛰어든 한미일
2026년 7월 말, 외환시장에서 이례적인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엔화 가치가 달러당 163엔까지 밀리며 약 4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자, 한국과 일본 외환 당국이 거의 동시에 시장에 개입했습니다. 여기에 미국 재무부가 은행들을 상대로 환율을 문의하는 이른바 '레이트 체크'를 진행하면서 사실상 한미일 3국 공조가 이루어졌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개입 직후 엔화는 단숨에 157엔대까지 급등하며 5엔 넘게 가치를 회복했고, 원화 역시 달러 대비 1,424원까지 올라 지난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급등세는 오래가지 않았고, 뉴욕장에서 다시 엔화는 160엔대로 밀리며 치열한 힘겨루기가 이어졌습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엔화가 매우 저평가되어 있고 과도한 변동성은 건강하지 않다고 언급하며 일본 측에 힘을 실어줬는데요. 베선트 장관은 다음 달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와 만나 긴밀한 협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완화 기조 속에서도 살아있는 긴축 시그널
일본은행은 최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로 동결했습니다. 시장의 예상과 부합한 조치였기에 즉각적인 반응은 적었는데요. 다만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통화 정책 기조가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판단된다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엔화 약세를 방어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긴축 카드를 더 빨리 꺼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미국 측에서는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달러화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흐름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이 개입에 나선 것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타이밍이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국내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7조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코스피가 역대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는 등 자금 유입이 활발했습니다. 다만 외국인 자금의 상당 부분이 환헤지를 동반한 것으로 분석돼, 주식 시장의 강세가 원화 가치 상승으로 직접 이어지지는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개입의 한계와 남은 변수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3국의 공조가 단기적인 변동성 완화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엔화 약세의 근본적인 추세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쓰비시UFJ신탁은행 관계자는 개입이 수준과 속도를 조절하는 수단일 뿐이라고 지적했는데요. 특히 일본이 엔화 방어를 위해 보유한 미 국채를 대량으로 처분할 경우,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며 미국 정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공조의 지속 가능성에 제약을 주는 요인입니다.
국내에서는 달러-원 환율이 120주 이동평균선인 1,424원 부근에서 강한 기술적 지지를 받으며 반등했습니다. 수출업체의 네고 물량은 기대보다 적었고, 수입업체의 저가 매수 결제 수요가 유입되면서 하락분의 상당 부분을 되돌렸습니다. 향후 외환 시장은 미·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과 연준의 금리 인상 여부가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일각에서는 8월 법인세 중간예납 환전 수요가 이어지면 원화가 단기적으로 1,300원대까지 진입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달러 강세를 다시 부추길 수 있다는 신중한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