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요청을 외면한 38시간
충남 천안의 한 교회에서 생활하던 11살 A군이 지난 5일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 아이는 사망하기 불과 사흘 전인 2일과 3일, 홀로 교회를 빠져나와 인근 상점과 식당을 찾아 배고픔을 호소하고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당시 눈 아래에는 이미 멍이 들어 있었고, 손목과 발목에도 결박된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아이를 발견한 어른들은 그를 다시 교회로 돌려보냈고, 경찰과 지자체도 즉각적인 보호 조치를 내놓지 못했습니다. 결국 아이는 약 38시간 동안 침대에 묶인 채 방치되다가 고열과 의식 저하로 쓰러졌습니다. 병원으로 옮겨진 지 3시간 만에 끝내 생을 마감했습니다.
사라진 보호망, 기각된 법원 명령
A군의 비극은 단순한 개인의 학대를 넘어 사회 안전망의 총체적 부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A군은 지적장애를 가진 특수교육 대상자였는데요. 보호자와 학교 간의 마찰 끝에 지난 3월 의무교육이 면제되어 학교에 다니지 않게 되었습니다. 학교라는 최소한의 보호망마저 사라진 것입니다.
이후 A군은 등록되지 않은 교회 시설에서 생활하며 외할머니와 교회 목사에게 지속적인 학대를 받았습니다. 사실 올해 들어서만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여러 차례 접수되었고, A군은 직접 경찰서를 찾아가 할머니가 때린다고 호소했습니다. 경찰은 외할머니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을 법원에 신청했지만,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를 기각했습니다. 접근금지 신청이 기각된 바로 그날, A군은 교회에서 의식 저하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남은 과제, 총체적 안전망 점검
현재 경찰은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60대 목사와 외할머니를 모두 구속했습니다. 외할머니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혐의를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연히 수사는 교회 내 다른 성인들에게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이번 사건이 던지는 또 다른 질문은 제도의 허점에 있습니다. 아동학대 특례법상 임시조치가 실효성을 잃은 것은 아닌지, 지적장애 아동을 둔 학대 가정에서 신속한 분리 조치가 가능하도록 절차를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등록되지 않은 교회 시설을 관리하는 지자체의 감시 체계도 함께 점검되어야 합니다. 11살 아이가 보낸 절박한 신호가 결국 비극으로 돌아간 만큼, 비슷한 사각지대가 남아 있지는 않은지 냉정하게 되짚어 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