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장이 된 쇼츠 촬영장
올해 국정감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숫자는 정책 질의가 아니라 영상이었습니다. 국감 첫 주에만 1분 이내 쇼츠가 850건 넘게 올라왔는데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6.2배로 늘어난 수치입니다. 촬영에 나선 채널도 500개를 넘어섰습니다.
의원들과 보좌진이 휴대폰을 든 채 고성과 호통을 담아내고, 그 장면은 곧바로 후원금 모금과 계정 홍보로 이어집니다. 국감의 무대가 검증에서 노출로 바뀌어 버린 겁니다.
여야가 함께 만든 구조
배경에는 의석 구조가 자리합니다. 거대 여당의 '정부 감싸기'와 야당의 무기력이 맞물리면서, 정책 질의보다 자극적인 장면이 훨씬 효율적인 정치 자산이 됐습니다. 어떤 의원이 공격용 쇼츠를 올리면 대응 쇼츠가 연쇄적으로 올라오고, 갈등은 국감장 밖에서 증폭됩니다.
지난 6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유튜브 찍으려고 이러는 거예요" "유튜브는 위원장이 잘 찍으시잖아요"라는 공방까지 오갔습니다. 문제는 이 방식이 지지층 결집에는 즉각적이지만, 정치 불신을 키운다는 점입니다. '한 번도 사람인 적이 없다' 같은 발언이 편집돼 확산되는 동안 정책 검증은 뒷전으로 밀렸습니다.
남은 과제
급기야 국감장에서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촬영을 금지하는 법안까지 논의되고 있습니다. 다만 촬영 금지만으로 해결되기는 어렵습니다. 막말을 제재할 윤리특별위원회의 기능이 사실상 멈춰 있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 3주차 국감에서는 검찰개혁과 금융권 해킹 사태 같은 굵직한 현안이 예정돼 있습니다. 쇼츠가 아닌 질문으로 채워질 수 있을지가 이번 국감의 남은 관전 포인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