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가에서 벌어진 갑작스러운 추방
러시아 출신의 북한 전문가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가 라트비아에서 강연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연행되어 영구 추방 조치를 받았습니다. 지난 24일 저녁, 그는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서 ‘북한: 엘리트들이 원하는 것과 두려워하는 것’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시작하기 30분 전이었습니다. 경찰과 이민국 직원들이 강연장에 나타나 그를 연행했고, 이후 에스토니아 국경까지 이송되어 출국하게 되었죠. 라트비아 외교부는 그를 ‘기피 인물’ 리스트에 올렸으며, 구체적인 추방 이유는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상태입니다.
란코프 교수는 텔레그램을 통해 이 과정에서 추방 사유가 기재되지 않은 서류만 제시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1963년 소련 레닌그라드에서 태어나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유학한 경력을 가진 독보적인 전문가입니다. 2004년부터 국민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활발한 연구와 저술 활동을 해왔고, 2013년에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백악관에서 대북 정책 자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가 강연 직전 불시에 연행된 사건은 국제 학계와 외교 관계에不小的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비핵화 몽상론’과 현실주의적 시각
이번 추방의 배경에는 란코프 교수의 최근 주장이 자리 잡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는 최근 러시아와 중국의 지원 덕분에 북한 정권이 그 어느 때보다 안전해졌다고 분석하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몽상’에 불과하다는 회의적인 입장을 피력해왔습니다. 이는 기존의 대북 비핵화 노력과 정책 기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현실주의적, 혹은 회의론적 시각입니다.
란코프 교수는 자신의 추방 원인을 자신의 객관적인 집필 스타일에서 찾고 있습니다. 그는 북한에 대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히스테리 없이’ 서술하는 방식을 고수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라트비아 당국은 그의 이러한 ‘정치적으로 편리하지 않은’ 서술 방식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입니다. 즉, 북한 체제를 무조건적으로 비판하지도, 옹호하지도 않는 중립적 분석이 특정 이념적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셈이죠.
신냉전 시대의 사상 검증과 표현의 자유
이 사건은 단순한 한 학자의 입국 문제를 넘어, 신냉전 국면이 심화되는 현재의 국제 정세를 반영하는 신호로 읽히고 있습니다. 라트비아는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후 적극적인 친서방 노선을 걸어왔고, 2004년 NATO와 EU에 가입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긴장이 고조된 동유럽 상황에서, 러시아 출신이면서 북한에 대해 ‘현실론’을 펴는 학자에 대한 당국의 경계심이 높아졌을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계 인사나 특정 논리를 펴는 학자들에 대한 사상적 검증을 강화하는 추세의 일환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국제 관계가 이념적 대립의 색채를 다시 띠게 되면서, 학문적 표현의 자유와 국가 안보 논리가 충돌하는 복잡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란코프 교수의 경우, 그의 분석이 사실에 근거한 것이든 아니든, 그것이 특정 국가의 현재 정치적 필요성과 맞지 않을 때 ‘기피 인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죠. 이 사건은 앞으로 국제 학술 교류와 지식인의 역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받을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