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농담이 불러온 역사적 아픔
지난 8월 26일 JTBC 유튜브 채널 '장르만 여의도'에서 한마디 농담이 큰 파문을 일었습니다. 정치평론가 김준일 씨는 조국혁신당의 새 당명으로 '민주혁신당'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이를 '민혁당'으로 줄여 부르자 "다 사형당할 것 같은데"라며 웃었습니다. 진행자인 정영진 씨도 함께 웃으며 자리를 넘겼는데요. 방송 직후 이 장면은 과거 독재정권의 사법살인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거센 질타를 받았습니다.
해당 발언은 박정희 정권 시절의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떠올리게 합니다. 1975년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된 지 불과 하루 만에 8명이 처형되었고, 이들은 국가권력에 의해 조작된 혐의로 32년이 지난 2007년에야 무죄를 받은 비극의 주인공들입니다. 당시 고문과 억울한 죽음, 그리고 명예 회복까지 오랜 세월이 걸린 역사적 아픔이 방송의 말장난 소재로 쓰인 것이죠.
유족의 분노와 정당의 엄중 대응
논란이 커지자 인혁당 사건 피해자인 하재완 열사의 외손자는 SNS를 통해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국가 폭력의 역사가 조롱당했다며, 정치 논평가로서 자격이 없다고 비판한 것인데요. 사실 이런 반응은 역사적 비극을 가볍게 다룬 발언에 대한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조국혁신당 역시 이번 사태를 5·18 민주화운동을 희롱하는 것과 같은 '방송 폭력'으로 규정했습니다. 조국 전 대표는 비평의 자유는 인정하지만 사법살인 희생자를 연상시키며 웃은 것은 도를 넘었다고 지적하며, 해당 건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신장식 혁신당 대표도 JTBC가 조회수에만 집착해 뉴스룸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사과 이후에도 남는 질문
파문이 거세지자 '장르만 여의도' 제작진은 해당 영상을 삭제하고 공식 사과했습니다. 김준일 씨 역시 페이스북과 라디오 방송을 통해 불찰을 인정하고 유가족에게 유선으로 사죄했는데요. 그는 직접 찾아가 다시 사과하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단순한 실언을 넘어 시사평론가의 언어 무게와 역사 인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역사를 다루는 공개 발언은 언제나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국가 폭력으로 인한 희생자들의 아픔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부분인데요. 앞으로 언론중재위 제소 등 법적 대응이 진행될 예정이며, 방송사와 출연진이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질지 주목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역사적 사실에 대한 경각심과 언론인의 책임감이 다시 한번 강조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