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시간의 사투 끝에 잡힌 불길
11일 0시 3분경, 경기 평택시 청북읍 토진리에 위치한 PJK 평택1센터 위험물 보관 창고에서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이곳은 휘발유와 등유, 경유, 알코올류 및 이황화탄소 등 제4류 인화성 액체를 최대 191만 리터 보관하던 시설이었는데요. 소방 당국은 연소 확대 우려가 크다고 판단해 대응 1단계와 2단계를 연이어 발령했습니다. 지역 소방력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여겨 국가소방동원령까지 내렸고, 인근 세종과 대전 등 4개 시도에서 차량 28대를 포함해 총 255명의 인력과 102대의 장비가 대거 투입되었습니다. 21시간의 진화 작업 끝에 불은 11일 밤 9시 17분쯤 완전히 꺼졌습니다. 화재가 발생한 창고 2개 동은 연면적 1,874㎡가 모두 탔고, 철근 기둥이 엿가락처럼 휘고 뼈대만 남을 정도로 심하게 파손되었습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인명 피해와 2차 오염 막아낸 대응
화재 초기, 창고 기숙사에 머물던 근로자 13명과 인근 주민 30여 명을 신속히 대피시킨 것이 큰 화를 막았습니다. 평택시는 재난 현장 통합지원본부를 즉시 가동하고 최원용 시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 수습을 지휘했는데요. 당연히 위험물 화재에서는 진화 과정에서 발생한 오염수가 인근 하천으로 흘러들어갈 우려가 컸습니다. 이에 시는 방제둑과 오일붐을 긴급 설치했고, 살수차 35대와 굴삭기 10대 등 중장비를 동원해 현장을 통제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까지 총 994톤의 오염수를 회수해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환경 당국이 메틸에틸케톤과 초산에틸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면밀히 모니터링한 결과, 주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수치는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육안으로도 하천에 이상은 없는 상태였고, 주변 주민들의 불안을 잠재우는 데 다행스러운 결과였습니다.
화재 원인 규명, 감식이 관건
불길이 잡힌 뒤에도 잔해 아래에 남아있는 화학 물질을 정리하고 잔불을 완벽히 제거하는 작업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소방 당국은 중장비를 동원해 잔해물을 제거하고 안전을 확보한 뒤 경찰과 함께 합동감식을 진행했습니다. 경기남부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가스공사,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관계기관이 함께 참여했는데요. CCTV 영상을 통해 정확한 발화 지점을 찾고, 보관되어 있던 화학물질의 종류와 구체적인 양을 상세히 파악하는 것이 이번 감식의 핵심입니다. 해당 창고에는 반도체와 화장품 원료, 페인트, 윤활유 등 100여 종의 물질이 보관되어 있었고, 업체 측은 자연 발화 가능성이 있는 물질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당국은 전기적 요인이나 관리상 과실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할 방침입니다. 이번 화재가 대형 참사로 번지지 않은 것은 소방 당국의 신속한 대응 덕분이지만, 정확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