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시작, 책갈피 달러 질타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임기 만료를 4개월 앞두고 갑작스럽게 사퇴했습니다. 사퇴 배경에는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과 벌였던 '책갈피 달러' 논란과 관련된 설전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당시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 대통령이 책갈피 사이에 달러 지폐를 끼워 반출하는 행위에 대한 단속 현황을 묻자, 이 사장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는데요. 이에 대한 대통령의 질책을 이 사장은 '모욕주기'라고 표현하며 강한 반발을 보였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양측 간의 신뢰가 크게 손상되는 계기로 작용했고, 이후 관계 회복은 어려워졌습니다.
이학재 사장은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그 자리에서 답변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질문 내용이 공항 검색 현장의 매우 구체적인 업무 절차와 관련된 것이어서, 사장 직위로서는 즉시 답하기 어려웠다는 겁니다. 그는 인천공항의 검색 업무가 실제로는 관세청 소관이며, 공항공사는 단순히 업무협약에 따른 검색 지원을 할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과의 골은 깊어져만 갔습니다.
월권 행위 지적과 인사권 압박
갈등은 '책갈피 달러' 문제를 넘어 공항 운영의 핵심 권한으로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이학재 사장이 특히 거세게 비판한 것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의 특정 감사 지시였습니다. 인천공항의 주차 대행 서비스 개편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에 특정 감사를 지시한 것에 대해, 그는 이른바 '월권'이자 '직권남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소관 부처에 직접 감사를 지시하는 것은 행정 절차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주장입니다.
더불어 약 20차례에 걸친 대통령실과 국토교통부의 인사 개입 압박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이 사장은 정기 인사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 지속되면서, 공사의 자율적 운영이 크게 훼손되고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국민의힘 3선 의원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발탁된 인사였지만, 정권이 교체된 후 현 정부와의 관계는 원활하지 못했습니다. 보안 검색 업무의 소관 주체를 두고 국토부와 마찰을 빚는 등 공항공사의 고유 권한을 지키려는 그의 태도가 정부의 의도와 맞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사퇴의 여파와 남은 과제
이학재 사장은 사퇴가 오는 6월 예정된 지방선거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했습니다. 인천시장 출마설 등 정치권에서 돌던 추측을 단호히 부인하며, 이번 결정은 순전히 조직의 안정과 직원들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죠. 그의 이임식은 26일 공사 청사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사퇴가 공항의 일상 운영에 즉각적인 차질을 빚을 것 같지는 않지만, 공사 최고경영자의 갑작스러운 교체는 중장기적인 정책의 연속성에 의문부호를 남기게 됩니다.
한편, 이번 사건은 공공기관장과 정부 간의 관계 설정에 관한 오랜 논의를 다시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임명된 기관장이 정권이 바뀐 후에도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운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아니면 정부의 정책 방향에 충실히 따를 것이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국책 공사로서, 항공 보안과 서비스 향상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학재 사장의 뒤를 이을 후임자가 어떤 인사가 될지, 그리고 그가 마주할 정부와의 관계는 어떻게 구성될지가 주목받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