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북과 경남, 울산 일대를 집어삼킨 초대형 산불 발생 1년이 지났습니다. 정부는 1조 8천800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복구 예산을 투입하고 생활안정 지원금의 89%를 지급하는 등 복구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피해 이재민 10명 중 7명은 여전히 임시조립주택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피해 주민들의 일상은 아직 멀기만 합니다. 이번 산불은 단순한 재산 피해를 넘어 삶의 터전과 지역 공동체의 근간을 흔들었으며, 기후위기 시대 반복되는 대형 재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복구 예산 1조원, 그러나 채워지지 않는 상처
정부와 경북도는 산불 발생 직후부터 본격적인 복구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산불특별법’을 제정하고 국무총리 소속 ‘피해지원 및 재건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는데요. 총 1조 8천억 원 이상의 복구비가 투입되며, 공공시설 복구는 42.7% 진행되었고, 피해 주민들을 위한 심리 상담도 2만 건 이상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냉정합니다. 한 보도에 따르면, 일부 고령 이재민들은 “보조금을 받아도 집을 짓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호소합니다. 산불로 삶의 터전을 완전히 잃은 95세 노인의 사례처럼, 재정적 지원만으로는 메울 수 없는 정신적 충격과 공동체 붕괴의 문제가 도드라집니다. 복구 지표상의 숫자와 주민들이 체감하는 현실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하는 셈이죠. 더욱이 2563가구의 이재민 중 11.6%는 이미 고향을 떠났는데, 이는 인구 유출로 고통받는 지역의 소멸 위기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투입은 ‘수습’에, 부족한 ‘예방’의 관점
전문가들은 막대한 복구 예산의 성격 자체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1조 원이 넘는 자금의 상당수가 이재민 구호, 폐기물 처리, 시설 복구 등 ‘사후 수습’에 집중되었고, 임도 확충이나 내화 수림대 조성 같은 ‘사전 예방’을 위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미미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경북도가 발표한 추진 현황에서도 진화 역량 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을 뿐, 방화 공간 확보 등 구조적 예방 대책은 구체성이 떨어집니다.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상습 방화범의 관리입니다. 올해 함양 산불을 일으킨 범인은 과거 90여 건의 산불을 내 징역 10년을 살고 출소한 인물이었습니다. 재범 위험이 명확한 상습 범죄자에 대한 관리 시스템의 허점이 또다시 드러난 겁니다. 2009년 방화범 전자발찌 부착 법안이 무산된 이후, 관련 제도 개선은 여전히 미진한 상태입니다. 기후변화로 산불이 상시화되는 상황에서, 인간에 의한 방화 위험을 차단하는 것도 중요한 예방책이 될 수 있습니다.
재난을 기회로: 산림의 체질을 바꾸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바로 산불 피해지를 단순히 원상복구하는 것을 넘어, 기후위기에 더 잘 적응하고 경제적 가치도 창출할 수 있는 ‘미래형 산림’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입니다. 경북도는 ‘산림투자선도지구’ 및 ‘산림경영특구’ 지정을 추진하며 민간 투자를 유치하고, 활엽수 중심의 수종 전환을 유도할 계획입니다.
국립경국대학교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간 ‘꽃피는 경제림’ 조성 방안이 논의되었습니다. 쉬나무 같은 밀원수를 중심으로 산림을 가꾸면 꿀벌 서식처를 확보해 양봉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고, 동시에 내화수림대로서의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는 거죠. 이는 생태계 복원, 지역 경제 활성화, 산불 예방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혁신적인 접근법입니다. 단순한 복구를 넘어, 재난이 지역에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전기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1년이 지난 지금, 영남 대형 산불은 여전히 진행형 문제입니다. 주민들의 일상 회복이라는 당면 과제와 더불어, 기후변화로 인해 더욱 빈번하고 거세질 산불에 대비하는 근본적인 산림 관리 체계 전환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