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봉쇄에 운임 폭등, 수출 기업 '직격탄'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를 둘러싼 중동 지역의 긴장이 수개월째 이어지면서 국내 수출 기업들의 물류 부담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한국무역협회가 국내 수출 제조 기업 219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80% 이상이 상반기 최대 물류 애로사항으로 '운임 상승'을 꼽았는데요. 이들 중 85% 이상은 영업이익률이 하락했다고 답해, 운임 상승이 수출 기업의 수익성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 명확해졌습니다.
이처럼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데는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봉쇄 선포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홍해 통과 화물선은 하루 11척에 불과해 수개월 새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일부 사우디 유조선은 수에즈 운하를 거쳐 아프리카로 우회하는 역주행까지 감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선박 공급이 줄고 공백이 생기면서 운임이 급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유가 100달러 시대 재현되나
물류 대란은 원유 시장에도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 여파로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가 90달러 초반으로 내려오는 등 변동성이 극에 달했는데요. 이 여파로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00원 안팎을 기록하며 운송비 상승이 소비자 가격에까지 전달되고 있습니다. 유가 불안은 단순한 에너지 문제를 넘어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다음 달 도입분 원유를 100% 이상, 9월 물량의 90% 이상을 확보했다며 당장의 수급 우려는 크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상반기에 급등한 운임의 영향이 하반기나 내년까지 이연 청구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업들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는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고유가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내수 회복세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 비축유 스와프 등 비상 대응 체계 가동
이에 정부는 에너지 안보를 위한 다각적인 대응에 나섰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정유 및 해운업계와 함께 원유 수급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사우디 얀부항을 포함한 주요 수송로의 안정성을 평가했는데요. 수에즈 운하와 파이프라인을 활용한 우회 수송로 확보를 검토하고, 중동 외 지역에서의 대체 물량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비축유 스와프 제도 준비입니다. 이는 원유 도입에 차질이 생겼을 때 정유사가 확보한 원유가 들어오기 전, 정부 비축유를 먼저 빌려주는 방식인데요. 비축유 스와프 제도는 공급망이 단절되는 최악의 순간을 버티는 핵심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당분간 유지하고 유류세 인하 등 민생 안정 대책을 병행하며 취약 계층 지원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물론 중동 상황은 군사적 충돌의 향방에 따라 언제든 변할 수 있는 변수가 많은 지역입니다. 당분간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정부와 기업 모두 단기적인 대응을 넘어 공급망 다변화라는 숙제를 함께 풀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