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2천원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서울의 휘발유 평균 가격이 리터당 1,987원까지 치솟으며 2,000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전국 평균도 1,953원을 기록하며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더욱 눈에 띄는 건 제주입니다. 제주 지역 휘발유 가격은 이미 리터당 2,010원을 넘어 전국 최고가를 기록 중입니다. 이는 2022년 7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유가 급등 이후 약 3년 9개월 만의 일입니다. 국제 정세 불안, 특히 중동 사태의 장기화 우려가 국제 유가를 끌어올리면서 국내 기름값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정책이 만든 시장의 균열
이런 가운데 정부는 30년 만에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부활시켰습니다.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지만, 오히려 시장에 새로운 갈등을 만들고 있습니다. 최고가격제는 2주마다 가격 상한선을 정하고, 정유사의 손실은 정부가 보전하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이 제도가 유통 비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석유유통협회는 대리점들의 수익성이 최고 43%까지 감소했다며 유통망 붕괴 위기를 경고하고 있습니다.
더 큰 갈등은 주유소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유사 직영 주유소는 정부 정책에 협조하며 공급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습니다. 반면, 자영 주유소는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한 자영 주유소 관계자는 “적자를 보고 팔라는 것이냐”며 호소하고, 일부는 주말·야간 영업을 포기하거나 영업 중단을 고려하는 지경입니다. 늦은 시간 직영 주유소 앞에 길게 이어진 차량 행렬과, 한산한 인근 자영 주유소의 모습은 이 갈등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폐지된 제도와 불확실한 미래
당정은 또 다른 구조적 문제로 지적받아 온 ‘주유소 사후정산제’의 폐지를 결정했습니다. 이 제도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기름을 먼저 공급하고, 나중에 국제 기준가 등을 보고 정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주유소 입장에서는 공급 당시 정확한 가격을 알 수 없어 불확실성이 컸고, 기름값 인상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혔습니다. 폐지는 이런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조치지만, 현재의 고유가 흐름 속에서 즉각적인 효과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최고가격제가 국제 유가 상승이라는 외부 충격을 완전히 막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공격 발언 등으로 중동 정세가 불안해질 경우, 추가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유류세 인하 폭 확대나 소비자에 대한 직접 지원과 같은 추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현재의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휘발유 평균 가격이 3,000원선까지 근접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결국, 가격 안정을 위한 정책이 오히려 유통망과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역설적인 상황에서, 보다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대책 모색이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