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는 원점, 공포는 남았다
미국 브라운대학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발생 4일째, 수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로드아일랜드주 당국은 증거가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며, 유력 용의선상에 올랐던 20대 남성을 석방했습니다. FBI는 검은 옷을 입은 남성의 CCTV 영상을 공개하며 7300만원의 현상금을 걸고 제보를 촉구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단서를 잡지 못한 채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사건 발생 당일 40여 발의 총성이 울려 퍼진 공과대학 건물은 여전히 긴장감에 싸여 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최소 2명이 목숨을 잃고 9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생존자들의 증언은 사건의 충격을 생생하게 전하는데요, 한 조교는 "범인이 교실에 들어와 총을 쏘기까지 5~7초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학교 측은 모든 수업과 시험을 취소하는 한편, 로드아일랜드주 내 다른 대학들도 기말고사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등 충격파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양치기 소년'이 된 캠퍼스 경보
사건 당일, 브라운대 캠퍼스에는 비상 경보가 발령됐습니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이 경보에 즉각 반응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미국 대학에 만연한 '경보 피로' 현상의 일면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2007년 버지니아텍 참사 이후 도입된 즉시 경보 시스템은 초기에는 효과를 봤지만, 이제는 너무 자주 울려 그 진위를 가리기 어려워졌습니다. 캠퍼스 근처의 폭행 사건부터 가스 누출, 심지어 정기적인 시스템 테스트까지 모든 상황에 경보가 발령되면서 학생들의 무감각함을 초래한 거죠.
경보 시스템은 최후의 안전장치여야 하지만, 지나친 남용은 오히려 그 신뢰를 훼손할 수 있습니다. 브라운대의 한 학생은 "평소에도 자주 테스트 경보가 울리다 보니, 처음엔 이번 알림도 그런 건가 싶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이번 사건은 안전을 위한 시스템이 어떻게 역효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6년 만에 다시 맞은 총소리
이번 사건에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과거의 트라우마를 다시 마주한 생존자의 존재입니다. 미아 트레타(21) 학생은 2019년 캘리포니아 소거스 고등학교 총격 사건에서 복부에 총상을 입고 친구를 잃은 생존자입니다. 그녀는 총기 규제가 엄격한 동부의 브라운대를 선택해 고향을 떠났지만, 6년 만에 다시 비슷한 경보 소리를 듣게 된 거죠. 그녀는 기숙사에 숨어 있다가 어머니에게 보낸 "또 일어났어"라는 문자에서 그 절망감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트레타의 사례는 미국에서 학교 총격 사건이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생존자들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와 지속적인 공포가 됨을 보여줍니다. 그녀의 경우처럼, 플로리다주 파크랜드 고등학교 총격 생존자들이 대학에서, 미시간주 옥스퍼드 고등학교 생존자들이 다른 캠퍼스에서 다시 총격 경보를 경험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
수사가 난항을 겪는 가운데, 이번 사건은 여러 층위의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가장 직접적인 것은 당연히 총기 규제 문제인데요, 로드아일랜드주는 미국에서 가장 엄격한 총기법을 가진 주 중 하나임에도 이런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이 아이러니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했지만, 이번 사건이 정치권에서 어떤 실질적인 논의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또 다른 쟁점은 대학의 안전 시스템과 정신건강 지원입니다. 경보 시스템의 신뢰도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그리고 트레타 학생과 같이 중복 피해를 입은 생존자들을 포함한 모든 학생에게 어떤 심리적 지원을 제공할 것인지는 대학 당국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브라운대의 총소리는 사라졌지만, 그것이 남긴 질문들의 메아리는 여전히 캠퍼스에 맴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