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무엇을 준비하라는 걸까
영국 정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비상 대비 캠페인에 들어갔습니다. 가정마다 최소 사흘 치 식량과 생수를 비축하라는 권고인데요. 상온 보관이 가능한 식품, 생수, 담요, 구급상자, 배터리가 있는 손전등, 현금, 전원 없이 작동하는 라디오까지 목록에 올랐습니다. 슈퍼마켓이나 전자 결제 시스템이 멈추는 상황을 상정한 겁니다.
이 캠페인은 단순한 재난 안내가 아닙니다. 웨스 스트리팅 영국 국방장관은 2030년까지 적국이 하이브리드 전쟁을 포함한 공격 작전 능력을 갖출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전투가 벌어졌을 때 이기려면 그 전에 대비해야 하고, 최소 1,000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는데요.
국방비 3%를 둘러싼 셈법
논쟁의 중심에는 예산이 있습니다. 노동당 정부는 냉전 종식 이후 최대 규모의 지속적인 국방비 증액을 진행 중이라며 나토 약속 이행에 자신감을 보입니다. 반대로 보수당은 국방비를 GDP 대비 3%로 올리는 시점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케미 바데노크 의원은 정부가 지출 문제를 뒤로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죠.
스트리팅 장관의 답은 순서에 관한 겁니다. 지출 비율과 시한을 둘러싼 논의가 목표를 가려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숫자 싸움이 커질수록 정작 전투 준비 태세라는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인 셈입니다.
사이버와 드론, 이미 시작된 위협
MI5의 켄 맥컬럼 국장은 위협의 모습을 더 구체적으로 그립니다. 사이버 공격으로 은행 서비스가 마비되고, 드론이 항공 여행을 막고, 병원 IT 시스템이 멈춰 환자 치료가 밀리는 상황입니다. 전국적 차원의 통합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문과 함께, 해저 케이블을 끊는 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도 도입됐습니다.
관건은 속도입니다. 준비 기한을 2030년으로 못 박은 만큼 예산 편성과 법과 제도 정비, 국민 인식 전환이 동시에 굴러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사흘 치 생수로 상징되는 이번 캠페인이 실제로 어디까지 힘을 발휘할지, 앞으로의 논의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