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해진 AI 선두 싸움
오픈AI가 구글의 제미나이3 출시에 위기감을 느끼고 ‘코드 레드’를 선언했습니다. 이는 전쟁과 같은 위기 상황을 의미하는 용어인데요, 샘 올트먼 CEO는 모든 수익화 프로젝트를 전면 중단하고 기술 개발에 모든 자원을 쏟아붓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챗GPT 광고 사업과 쇼핑 에이전트 개발이 잠시 멈춘 것은 그 일환입니다. 이 결정 뒤에는 수익 창출을 원하는 경영진과 AGI(일반 인공지능)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는 연구진 간의 내부 갈등이 있었습니다. 마크 첸 최고연구책임자가 챗GPT의 광고성 메시지를 즉각 중단하며 사과한 것은 이러한 긴장 관계가 표면으로 드러난 순간이었죠.
이러한 긴박한 상황 속에서, 오픈AI는 제미나이3 출시 불과 한 달 만에 새로운 모델 GPT-5.2를 선보이며 반격에 나섰습니다. 통상 몇 달이 걸리는 모델 업데이트 주기를 고려하면 이례적인 속도전이었습니다. GPT-5.2는 기존의 ‘즉답’, ‘사고’ 모드에 더해 복잡하고 전문적인 작업을 위한 ‘프로’ 모드를 추가했는데요, 44개 전문 직종의 업무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테스트에서 인간 전문가와 대등하거나 오히려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장단점이 뚜렷한 맞수
두 모델의 경쟁 구도는 단순히 누가 더 낫다기보다, 각자의 강점이 확연히 드러나는 양상입니다. 오픈AI의 GPT-5.2는 코딩과 수학 능력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능력 벤치마크(SWE-bench)에서 80%의 점수로 제미나이3 프로(76.2%)를 앞섰고, 고등학교 수학 경시대회 문제를 푸는 테스트에서는 도구 없이 100% 정답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실무 중심의 개발자와 엔지니어에게 더 매력적인 모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반면, 구글의 제미나이3는 여전히 멀티모달 처리와 초장문 이해에서 강점을 보입니다.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 오디오를 네이티브 방식으로 통합 처리할 수 있고, 무려 100만 토큰에 달하는 엄청나게 긴 문맥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순수 추론 능력을 평가하는 ‘HLE’ 벤치마크에서는 제미나이3 프로가 GPT-5.2 프로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결국 사용자가 어떤 작업을 주로 하는지에 따라 최적의 선택이 갈릴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하드웨어로 뻗는 야심
올트먼 CEO의 시선은 소프트웨어 경쟁을 넘어 하드웨어로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진짜 경쟁자는 애플”이라고 언급하며, AI 시대에 특화된 새로운 형태의 전용 기기를 2년 내 출시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현재의 스마트폰 폼팩터가 AI의 잠재력을 충분히 끌어내지 못한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이를 위해 애플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가 설립한 스타트업을 약 10조 원에 인수하는 등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스마트폰 시대를 연 애플처럼, AI 에이전트 시대의 하드웨어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야심찬 전략입니다.
동시에 오픈AI는 브로드컴, ARM과 협력해 자체 AI 데이터센터용 맞춤형 반도체(ASIC)를 개발하고, 2029년까지 대규모 컴퓨팅 파워를 확보할 계획입니다. 소프트웨어 모델의 진화만이 아닌, 이를 구동할 핵심 인프라까지 통제하려는 의도로 읽힙니다.
넘어서기 어려운 재정적 벽
그러나 화려한 기술 경쟁 뒤에는 거대한 적자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오픈AI는 현재 연간 90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 중이며, 2028년까지 매년 수십억 달러의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각에서는 2029년까지 누적 손실이 1150억~14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5000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기업 가치 평가는 이러한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를 반영한 것이지만, 현금 흐름의 불안정성은 지속적인 도전 과제입니다.
이러한 재정적 위험이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오픈AI 같은 AI 산업의 핵심 기업이 무너질 경우, AI용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급감해 관련 산업과 미국 GDP 성장률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샘 올트먼 CEO는 “실패하더라도 정부가 구제해주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의 자정 작용을 믿는다고 말했지만, 그 영향력이 너무 커진 오픈AI의 운명은 이제 산업 생태계 전체의 안정성과 직결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전쟁은 더욱 다각화될 전망입니다. 오픈AI는 코딩과 실무 특화로, 구글은 멀티모달과 추론 강점으로 각자의 길을 가며 생태계를 확장해 나갈 것입니다. 여기에 한국 정부가 내년까지 세계 10위권 독자 모델 개발을 선언하는 등 새로운 경쟁자들의 등장도 예고되고 있습니다. AI의 진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만큼, 이 선두 경쟁의 파장은 전 세계 기술 지형을 계속해서 재편해 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