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에서 시작된 외교 갈등
러시아 연방보안국이 지난 10월 13일 극동 사할린주에서 일본 홋카이도신문 소속 기자 이마이 유키를 간첩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FSB는 그가 일본 정보기관의 지시를 받아 쿠릴열도 주민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에 동원된 인원 정보를 수집해 전달하려 했다고 주장했는데요. 수갑을 찬 채 호송되는 영상까지 공개되면서 사건은 순식간에 국제적 이슈로 번졌습니다.
일본 정부는 즉시 반발했습니다. 외무성은 주일 러시아 대사 니콜라이 노즈드레프를 소환해 항의하고, 체포된 기자와의 접촉 기회를 신속히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죠. 하지만 러시아 측은 수사가 자국 법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며 영사 면회 요청을 강경히 거절했습니다.
엇갈리는 주장, 좁혀지지 않는 간격
일본 총리 다카이치 사나는 10월 15일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가 러시아에서 스파이 활동을 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혐의라는 표현은 각국의 법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일본의 입장을 확실히 전달하겠다고 강조했는데요.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아직 구속된 기자와 접촉하지 못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영사 면회를 통해 건강 상태를 확인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반대로 러시아는 기자가 정보기관의 지시를 받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홋카이도신문은 정부와 독립된 보도기관이라며 정부 지시 없이 취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죠. 국제 언론인보호위원회도 즉각 석방을 촉구했습니다.
쿠릴 열도에 겹친 복잡한 셈법
이번 사건이 단순한 구금 문제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배경에 쿠릴 열도 영유권 분쟁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일본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했고, 일본은 대러 제재에 참여해 왔습니다. 그런데도 양국은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 거래를 이어가는 등 경제적 이해관계를 완전히 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중국 변수까지 더해졌습니다. 중국 헤이룽장성 대표단이 이투루프섬을 방문해 투자 후보지를 둘러봤고, 러시아는 세금 면제 혜택까지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일본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외교 경로를 통해 항의했습니다.
2023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기자가 간첩 혐의로 구금됐다가 이듬해 교환으로 풀려난 전례가 있습니다. 이번 사건 역시 러시아가 외교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기자의 조속한 석방과 양국 관계의 향방이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