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물러설 곳 없는 사우디의 선택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과 공동으로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 세력을 정밀 공습하며 공개적인 반격에 나섰습니다. 이번 군사 작전은 이라크에서 발사된 드론이 사우디 동부 석유 시설을 겨냥한 직후에 이루어졌는데요. 미 중부사령부와 사우디 국방부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의 지시를 받은 테러 조직들이 에너지 인프라를 노린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우디가 그동안 확전을 우려해 억눌러온 인내심의 한계가 드러난 상징적인 순간입니다.
대리세력 공격의 악순환
이번 공습의 주요 대상은 이라크 인민동원군, 이른바 PMF와 연계된 무장 조직들입니다. PMF는 과거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며 창설된 준군사 조직 연합체로, 현재는 23만 8천여 명의 병력을 보유한 이라크 정부 산하 기구입니다. 하지만 산하에 카타이브 헤즈볼라 등 친이란 성향 조직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미국과 사우디는 이들을 이란의 대리 세력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이번에 이란 본토를 직접 공격하지 않으면서도 대리 세력을 타격함으로써 안보의 레드라인을 분명히 전달했습니다. 사우디는 직접적인 전면전을 피하면서도 더 이상 안보 위협을 넘기지 않겠다는 선을 그은 겁니다.
제2전선으로 번지는 불씨
문제는 사우디의 반격이 지역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멘 후티 반군은 홍해에서 사우디 유조선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고, 이란은 닷새 만에 요르단 내 미군 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하며 보복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란은 미국의 공격적 행위가 계속되는 한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제한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마크 캔시언 선임고문은 이번 사우디의 공격이 매우 중요한 단계이며 앞으로 더 깊은 군사적 관여로 이어질 수 있는 신호라고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이라크와 예멘을 잇는 새로운 제2전선을 만들어 중동 전체로 전쟁이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라크 정부는 자국 영토에서 국가 기구가 외국군에 의해 공격당한 상황에 긴급회의를 소집하며 대응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이라크 정부가 어떤 후속 조치를 취하느냐에 따라 중동의 긴장은 더욱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