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 대출 11% 급감, 빚의 덫은 더 깊어지나

tI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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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달 전 수정 · 2026년 3월 23일 오전 10:22

발행: 2026년 3월 23일 오전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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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용자의 정규 금융권 대출이 11% 감소하며, 대신 카드론·대부업 등 고금리 대출 의존도가 58%로 높아졌다. 금융사들의 위험 회피적 대출 축소가 원인으로, 저신용층의 이자 부담 가중과 빚의 악순환이 우려된다. 금융당국은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 대출 공급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출 문턱은 높아지고, 금리는 높아지고

저신용자들이 정규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신용등급이 하위 20%에 속하는 이들의 신용대출 공급액이 30조원으로, 전년보다 11%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신용대출이 9% 가량 줄어든 것보다 더 큰 폭인데요, 이는 금융사들이 대출 총량 관리를 하면서 연체 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저신용자 대출을 우선적으로 줄인 결과로 풀이됩니다. 결국 신용이 낮을수록 대출 문턱은 더 높아지는 ‘신용대출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는 겁니다.

반면, 눈에 띄는 변화는 다른 곳에서 나타났습니다. 은행과 저축은행, 카드사 등에서 대출이 줄어드는 동안, 법정 최고금리(연 20%)에 가까운 대부업체를 통한 저신용자 대출은 오히려 3,000억원 가량 늘어난 1조 7,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로 인해 저신용자들이 이용하는 전체 신용대출에서 카드론과 대부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8.3%로, 전년보다 2.3%포인트나 상승했습니다. 쉽게 말해, 저신용자들이 이용하는 대출의 절반 이상이 고금리라는 의미입니다.

왜 더 비싼 대출로 몰리는 걸까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통계 이상의 문제를 드러냅니다. 저신용자 대출의 상당 부분은 생계비나 긴급 자금 마련을 위한 필수적인 수요인 경우가 많습니다. 정규 금융권의 문이 좁아지자,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유일하게 열려 있는 고금리 대출의 문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자금 조달 경로가 고금리 쪽으로 편중된다는 것은, 같은 금액을 빌리더라도 이자 부담이 훨씬 더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죠.

금융권의 입장에서도 이해가 못 하는 것은 아닙니다. 고금리·고위험 환경이 지속되면서 자산 건전성 관리에 대한 압박이 커졌고, 이에 따라 대출 심사를 더욱 엄격하게 하는 것은 경영상 당연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각자의 ‘합리적 선택’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저신용층이 고금리 대출에 의존할수록 상환 부담이 커져 결국 더 큰 빚의 덫에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는 개인의 금융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결국 금융 시스템 전체의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인센티브로 절벽을 막을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금융당국이 내놓은 해법은 ‘인센티브’입니다. 현재 검토 중인 방안은 저축은행 등이 신용등급 중간이나 낮은 층을 대상으로 중금리 대출을 공급할 경우, 일정한 혜택을 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규제 샌드박스 적용이나 자본금 요건 완화 같은 인센티브를 통해 금융사로 하여금 저신용자 공급을 포기하지 않도록 유도하려는 거죠. 당국의 목표는 대출 총량 관리를 유지하면서도, 가장 취약한 계층이 완전히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되는 ‘대출 절벽’을 막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인센티브만으로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금융사에게는 위험과 수익의 계산이 여전히 중요합니다. 중·저신용자에게 합리적인 금리의 대출을 늘리려면, 그만큼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데, 인센티브가 그 위험을 상쇄할 만큼 충분할지가 관건입니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저신용 자체를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예를 들어 신용 회복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나 소득 안정망 강화 등의 종합적인 접근이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당국의 인센티브 방안이 금융사들의 행보를 바꿀 수 있을지, 아니면 저신용자들의 고금리 대출 의존은 더 깊어질지, 향후 정책 구체화와 시장의 반응이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