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적인 개입, 순식간에 바뀐 환율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순식간에 급등하며 시장 참여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30일 엔·달러 환율은 162.80엔에서 약 50분 만에 157.80엔까지 급락했는데요. 이는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엔 매수와 달러 매도를 통해 직접 시장에 뛰어든 결과입니다. 여기에 미국 재무부가 개입 전 단계인 레이트 체크를 요청하며 양국이 이례적으로 동시에 개입에 나선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실 이번 조치는 투자자들의 방심을 노린 기습 개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엔·달러 환율이 163엔대까지 오르며 4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지만, 옵션시장에서는 엔화 강세 대비 수요가 둔화하고 있었거든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엔화가 매우 저평가됐다며 시정 의사를 밝힌 것도 이번 급등의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두 나라가 동시에 손을 맞춘 덕분에 엔화는 2개월 반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습니다.
위험선호와 맞물려 커진 원화 강세
엔화 급등은 우리 원화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7월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1418.0원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10월 이후 연중 최저치를 새로 썼는데요. 이는 단순히 엔화의 영향만은 아닙니다. 미국 개인소비지출 물가가 예상에 부합하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살아났고, 마이크로소프트 실적 호조로 뉴욕증시가 급등하면서 글로벌 위험선호 심리가 확산된 결과입니다.
국내 증시는 이 흐름을 타고 코스피와 코스닥이 장 초반 10% 넘게 폭등하며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에서만 3조 원 넘게 순매수하며 원화 강세를 주도했는데요. 달러 인덱스가 한 달 보름 만에 100선을 밑돈 점도 원·달러 환율 하락을 부추겼습니다. 다만 단기 급락으로 인한 반발 매수세와 달러 인덱스의 회복 움직임이 엇갈리면서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BOJ 결정 앞두고 시장은 숨 고르기
급등했던 엔화는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두고 숨 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엔·달러 환율은 다시 160엔 선으로 되돌아왔는데요. 시장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달 금리 인상으로 인해 당장은 움직임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겁니다.
물론 우에다 가즈오 총재의 기자회견은 또 다른 변수입니다. 추가 금리 인상 기조가 재확인되거나 예상보다 빠른 긴축 신호가 나올 경우 엔고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완화적인 메시지가 나오면 엔화는 다시 약세로 돌아설 수 있죠. 결국 외환시장의 향방은 일본은행의 한마디에 달려있는 셈입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당분간 BOJ의 메시지와 각국 통화당국의 추가 개입 여부를 예의주시하며 조심스러운 매매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