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물가 둔화에도 연준의 시계는 멈추지 않아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하며 지난 6월의 3.5%보다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역시 전년 대비 2.5%를 기록해 6월의 2.6%에서 낮아졌는데요. 두 지수 모두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에 정확히 부합하면서 물가 안정 흐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당연히 이번 결과는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겁니다.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긴 하지만, 상승 폭이 줄어들면서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점차 무게를 잡고 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툴을 보면, 9월 FOMC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확률이 55.9%까지 올라갔고, 0.25%포인트 인상 전망은 44.1%로 낮아졌습니다.
반면 소비자들의 체감 경제는 여전히 녹록지 않습니다.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폭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실질 구매력은 계속 압박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가지표 숫자가 둔화됐다고 해도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가벼워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중동 리스크와 유가, 물가의 불확실성 키우다
이번 CPI 발표에서 주목할 부분은 전월 대비 상승률이 다시 플러스로 돌아섰다는 점입니다. 6월에는 에너지 가격이 휴전 국면으로 안정되면서 CPI가 전월 대비 -0.4%를 기록했지만, 7월에는 0.1% 상승 전환했습니다. 이는 미-이란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가 요동쳤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물가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유가 상승이 다음 달 CPI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상승 폭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월에서 5월 사이에도 유가 급등으로 CPI가 2.4%에서 4.2%까지 치솟은 전례가 있어 시장의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2026년 세계 석유 수요 전망을 하향 조정하며 높은 연료 가격이 소비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4분기에는 수요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봐 에너지 시장의 향방은 여전히 안개 속입니다.
CPI 발표 앞둔 뉴욕증시, AI주 실적 호조에 들뜨다
물가지표가 발표되기 직전 뉴욕증시 선물지수는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AI 인프라 관련 기업들의 실적 호조가 투자 심리를 자극했는데요. 코어위브는 2분기 실적 개선과 자본지출 전망 상향에 힘입어 18% 이상 급등했고, 슈퍼마이크로컴퓨터도 2027회계연도 매출 전망을 높이며 8% 넘게 올랐습니다.
AI 인프라 기업들의 실적 호조가 증시를 이끌고 있습니다. 아이렌, 어플라이드디지털, 네비우스그룹 등 AI 관련주로 매수세가 확산되면서 델, 마이크론, 시스코,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들도 동반 상승했습니다. 이는 AI 서버와 클라우드 컴퓨팅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믿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사실 연준의 금리 결정은 유가와 물가, 그리고 증시 상황을 두루 살펴봐야 하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7월 CPI가 일단은 시장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한숨 돌리게 했지만,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임금 대비 물가 상승이라는 구조적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9월 FOMC를 앞두고 연준은 숨 가쁜 판단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