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에서 다시 쓴 한국 영화의 역사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이 제83회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인 은사자상을 거머쥐었습니다. 이는 한국 영화가 이 영화제에서 받은 최초의 심사위원대상이자, 2012년 '피에타' 이후 14년 만에 나온 경쟁 부문 수상 기록입니다. 이창동 감독 개인적으로도 2002년 '오아시스' 이후 무려 24년 만에 다시 베네치아 트로피를 안은 셈인데요. 이번 수상은 단순한 개인의 영광을 넘어 한국 영화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의미 있는 성과입니다.
당연히 정부와 영화계 모두 뜨거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SNS를 통해 이 감독과 제작진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국 영화의 다양성이 더 넓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는데요. 사실 지난 7일 프랑스 뤼미에르 서밋에서 이 대통령은 이창동 감독과 배우들을 직접 만나 작품에 대한 현지의 뜨거운 관심을 들은 바 있습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이 감독의 끊임없는 질문과 예술혼이 세계 영화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며 찬사를 보냈습니다.
노동과 관계의 단절을 묻는 작품
'가능한 사랑'은 해고된 공장 노동자 부부와 그들을 다큐멘터리로 기록하려는 감독 부부가 만나 서로 다른 삶의 층위와 숨겨진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전도연, 설경구, 조여정, 조인성 네 배우가 각자의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으며, 이창동 감독은 10여 년 전 한국의 대기업 정리해고 사태에서 받은 충격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노동이 사라지고 사람 사이 관계가 끊어지는 시대에 영화가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수상 소감에서 전했습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타인의 고통을 영화적으로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감독의 깊은 고민입니다. 이 감독은 고통을 단순히 소비하는 대신, 함께 나누고 치유하는 방법을 찾고자 다큐멘터리 감독의 시선을 작품에 담았습니다. 베네치아에서의 월드 프리미어 이후로는 외신들로부터 최상위권 별점과 극찬을 받았으며, 국제비평가연맹상도 함께 수상하며 작품성을 입증했습니다.
극장과 넷플릭스를 넘나는 여정
이번 영화는 이창동 감독의 첫 넷플릭스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사업에 선정되었으나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던 중 넷플릭스의 투자로 제작되었는데요. 이로 인해 세계적인 스트리밍 플랫폼과 한국 대표 거장의 만남이 어떤 시너지를 내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가능한 사랑'은 오는 9월 23일 국내 극장에서 먼저 개봉한 뒤,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관객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또한 제99회 아카데미시상식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출품작으로도 선정되어 향후 레이스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베네치아의 영광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라는 점은, 수상 직후 조여정에게서 좋은 꿈을 샀다며 웃음을 보인 이 감독의 유쾌한 에피소드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