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가압류로 드러난 지분 지형 변화
법원이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신청을 받아들여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의 주식 100억 원에 대해 가압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는 2024년 체결된 '4자 연합' 협약을 둘러싼 신뢰 훼손 논란이 법적 판단까지 받은 사례인데요. 법원은 임 부회장이 의결권 공동행사 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을 일차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사실 이번 분쟁은 임성기 창업주 별세 이후 상속세 재원 마련 과정에서 시작된 지배구조 변화가 길어진 결과입니다. 임 부회장은 보유 지분 9.15% 중 2.7%를 에쿼티퍼스트 펀드와 환매조건부 거래를 했는데, 의결권 유지 약정 없이 진행된 탓에 해당 주식이 시장에 매각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2025년과 2026년 정기주주총회에서 해당 지분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고, 신 회장 측은 이를 두 차례에 걸친 명백한 협약 위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팽팽해진 의결권 구도
가압류 결정 과정에서 에쿼티퍼스트가 매입했던 지분의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에쿼티퍼스트는 임주현 부회장뿐 아니라 임종훈 대표와 송영숙 회장으로부터 총 6.6%의 주식을 사들였는데, 이 대부분이 이미 시장에 매각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측의 실질 의결권은 기존에 알려진 41%에서 34.4%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습니다.
반면 신동국 회장은 한양정밀 지분까지 합쳐 약 35%를 확보하고 있어 지분 구도에서 근소한 우위를 점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것이 최종적인 경영권 확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임종호 부사장 등 사촌 일가가 보유한 2.7%의 지분 향방, 그리고 공익재단이 보유한 6%대 지분의 성격 규정이 향후 표 대결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신 회장 측은 나우아이비 펀드나 공익재단 지분을 특정인 우호지분으로 분류하는 것이 공시 의무나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어 법적 해석 공방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끝나지 않는 법적 공방과 과제
이번 가압류는 위약벌 채권을 보존하기 위한 임시 조치일 뿐, 최종적인 책임 범위는 본안 소송에서 가려질 예정입니다. 게다가 신동국 회장을 상대로 한 반포 시니어케어 사업 관련 600억 원 위약벌 소송도 10월 1일에 1심 선고가 예정되어 있어 양측의 법적 대립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신 회장은 이번 사태가 4자 연합의 본질적 균열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다만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의 전문경영인 중심 체제 확립과 준법경영을 강조하며, 이를 실천하기 위해 정기주총 이후에는 이사회 출석 외에 회사 방문을 삼가고 사무실도 비우는 등 거리 두기를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시장은 이러한 오너 리스크를 불편하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경영권 분쟁이 단기적으로는 지분 경쟁 기대감으로 주가에 변동성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 펀더멘털과 무관한 불확실성으로 작용해 주주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미그룹이 진정으로 직면한 과제는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지배구조 불안을 어떻게 끝낼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