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의 손짓 뒤에 숨은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만남은 화해와 갈등이 교차하는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했습니다. 현지시간 7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정상회의에서 두 정상은 다시 얼굴을 마주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멜로니 총리를 향해 "좋은 사람"이자 "멋진 사람"이라고 칭하며 긍정적인 인상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이란 전쟁 당시 이탈리아가 미국의 요청을 거부한 일을 언급하며 "그건 명백한 실수였다"고 지적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화해의 제스처와 과거를 짚는 비판이 한데 섞인 셈입니다.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 신경전
두 정상의 갈등은 최근 몇 달 사이에 점차 깊어졌습니다. 지난 3월에는 중동으로 향하던 미 군용기가 이탈리아 시칠리아 공군기지에 착륙하려 했으나, 이탈리아 정부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이 양국 관계에 첫 균열을 낳았고, 지난달 프랑스 주요 7개국 G7 정상회의에서는 사진 촬영을 둘러싼 공개 설전이 터져 나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멜로니 총리가 사진을 찍자고 반복해서 애원했다고 주장했지만, 멜로니 총리는 이를 전면 부인하며 동맹국을 대하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일 소셜미디어에 멜로니 총리의 사진과 함께 "접근금지 명령이 필요하다"는 문구를 올리면서 갈등은 정점을 찍었습니다.
유럽의 조심스러운 줄다리기
이번 갈등 속에서 이탈리아 정부는 의연한 태도를 보이며 대응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서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라며 별도의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는 불필요한 논란 확산을 막고 미국과의 전략적 동맹을 유지하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테오 프랑컨 벨기에 국방장관은 멜로니 총리를 건드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레드라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경고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그는 멜로니 총리를 유럽 중도우파의 상징으로 칭하며 자제를 촉구했는데요. 사실 유럽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방비 증액 요구를 달래기 위해 분주한 상황입니다. 갈등을 관리하면서도 동맹 관계를 유지하려는 유럽의 딜레마가 이번 사태를 통해 다시 한번 드러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