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X도, 주주도 동시에 움직인 날들
2026년 여름, 삼성전자는 내부와 외부에서 동시에 거센 반발에 직면했습니다. 반도체(DS) 부문에 특별경영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하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들이 검은 옷을 입고 출근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는데요. 노동조합 역시 수원사업장 정문에서 성과급 격차를 규탄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내부 진통과 함께 주주들의 항의도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를 중심으로 한 696명의 주주들은 이재용 회장 자택 앞과 국민연금을 찾아가며 제도의 부당성을 알렸습니다. 이들이 동시에 들고 일어난 이유는 단순합니다. 이번 성과급 제도가 주주 몫의 이익을 노사 합의만으로 배분하는 것이냐는 점에 대한 의문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임금인가, 이익 배분인가
이번 논란의 핵심은 법적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입니다. 삼성전자는 DS 부문 사업성과의 10.5%를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책정하고, 기존 성과인센티브 1.5%를 합하면 사실상 영업이익의 약 12%가 성과급으로 나가는 구조입니다. 연간 실적을 적용하면 최대 40조 원에 달할 수 있는 막대한 규모인데요.
주주들은 이를 단순 임금이 아닌 이익 배분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상법상 이익배당원칙과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 여부가 시끄러운 이유이죠. 특히 주가가 하락할 때의 손실은 주주가 온전히 부담하는 반면, 임직원은 주가와 무관하게 영업이익에만 연동돼 보상을 받는다는 점을 '리스크 비대칭 구조'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가 마치 고정적인 채권처럼 무위험 수익을 보장하는 형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현재 상법 제388조는 이사 보수만 주주총회 결의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어, 일반 직원 성과급은 주총 승인 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주주들은 이번 제도처럼 장기간 막대한 재원이 배분되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자사주 지급 규모가 기존 주총에서 승인한 처분 한도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서요.
10년의 약속, 누구의 몫이 될까
삼성전자는 성과급을 전액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했고, SK하이닉스는 일부를 자사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SK 측은 현금 유출을 조절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노조는 합의 취지 훼손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구성원 행복이 이해관계자 이익을 침해한다면 제도를 수정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반도체 업황의 특성을 보면 이번 결정의 파장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호황기에 과도한 현금이 유출되면 이후 업황이 꺾였을 때 필수적인 설비투자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IT 업계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향후 자사주 지급 비율과 주주총회 승인 여부가 주요 조율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이번 사태는 임직원 보상과 주주 가치라는 두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던지고 있습니다. 노사 간 합의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지지만, 그 결과가 주주 가치를 희석시키고 다른 부문의 상대적 박탈감을 낳는다면 지속 가능한 방식인지는 다시 짚어봐야 할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