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테이블과 군사력 증강 사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최후통첩을 연이어 내놓고 있습니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이란 원유 수출의 핵심 거점인 하르그섬을 파괴하고, 발전소와 담수화 시설까지 초토화하겠다는 강경한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동시에 미국은 중동 지역에 군사력을 빠르게 증강하고 있습니다. 82공수사단 수천 명을 비롯해 레인저, 네이비실 등 정예 특수부대 수백 명이 추가로 배치되었고, 중동 전체 미군 병력은 5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는 협상을 통한 외교적 해결을 우선시하면서도,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군사적 옵션을 확실히 키워두는 이중전략의 모습입니다.
백악관은 협상이 비공개 채널을 통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낙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정된 공격을 10일간 중단한 것은 이란에게 주어진 '황금 같은 기회'라고 강조하며, 이를 거부할 경우 심각한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나 이란 측은 이런 협상론에 귀를 막은 채 있습니다. 이란 외무부는 미국과의 직접 협상이 이뤄진 적이 없다며, 파키스탄 등 중개국을 통한 미국의 일방적 제안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진전과 난관, 엇갈리는 목소리
협상의 실질적 진전 여부는 여전히 안개 속입니다. 미국 국무부의 마코 루비오 장관은 이란 내부 특정 세력과 '물밑 대화'가 진행 중이라고 언급하며, 이란 정권 내에 새로운 움직임이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47년 된 정권 내에는 외교나 평화를 좋아하지 않는 강경파도 많다고 지적하며, 협상 실패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권 교체' 발언을 일축하면서도 군사적 옵션을 검토 테이블에 올려놓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가장 큰 난관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통행 보장 문제입니다.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포기와 함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주요 요구사항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유조선 20척의 통과를 이미 허용했다고 주장하며 협상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그러나 이란은 최근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검토한다는 등 오히려 강경 기조를 높이고 있어, 협상 테이블이 평행선을 달릴 위험이 큽니다. 백악관이 설정한 공격 유예 기한은 다음 달 6일까지로,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상전의 유령과 현실적 도전
미군의 병력 증강이 지상전 가능성을 점치게 하지만, 전문가들의 분석은 냉정합니다. 현재 중동에 배치된 5만여 명의 병력은 대규모 지상전을 수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입니다.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 25만 명, 최근 이스라엘-가자 전쟁 당시 이스라엘이 동원한 30만 명 규모와 비교하면 현저히 적은 수치입니다. 게다가 이란은 이라크보다 훨씬 넓은 국토와 약 93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나라입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5만 명 규모의 병력으로 이란을 점령하거나 안정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합니다.
하르그섬 점령 같은 제한적 작전도 만만치 않은 도전입니다. 이 섬은 이란 본토의 미사일과 드론 사정권 안에 깊숙이 위치해 있어, 점령 후 방어와 유지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란은 이미 해협 인근 도서에 지대공 미사일 포대를 배치하고 지뢰를 매설하는 등 방어 태세를 강화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뱀섬을 점령했다가 끊임없는 포격으로 결국 철수한 전례가 보여주듯, 본토로부터의 지속적 위협 아래서 점령을 유지하는 것은 엄청난 부담입니다. 미국의 군사적 선택은 기술적 승리 이상의, 예측하기 어려운 장기적 유혈과 정치적 부담을 동반할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