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전망대에서 벌어진 1시간 30분
지난 8월 27일 오전 9시경, 제주국제공항 4층 전망대에서 수상한 남성이 이용객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중국 국적의 10대 A 군이었는데요. 그는 중국에서 4만 원 상당에 사들여 가져온 사설 무전기로 관제탑과 항공기 사이의 교신을 약 1시간 30분 동안 몰래 들었습니다.
A 군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상태로, 사건 당일 중국에서 입국했습니다. 보호자나 일행 없이 홀로 여러 차례 한국을 드나든 이력도 확인됐죠. 문제는 그가 들고 있던 카메라와 휴대전화에서 경기도 소재 군사시설 2곳 이상을 촬영한 사진 수십 장이 나왔다는 점입니다.
반복되는 군사시설 정탐
사실 이런 유형의 사건은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3월에도 중국인 10대 등이 국내 군사시설과 국제공항 관제시설, 전투기 등을 촬영하고 통신을 감청하려다 적발돼 실형을 선고받았는데요. 외국인에게 형법상 일반이적죄가 적용된 국내 첫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최근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수원고법은 한미 군사시설을 정탐한 중국인 10대와 20대에게 일반이적죄를 인정해 징역형을 선고했고, 경기남부경찰청은 군산공항 인근에서 전투기 교신을 감청한 중국 인민해방군 출신 2명을 구속했습니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 빌리빌리에는 제주와 인천 공항 교신을 담은 영상까지 여러 건 올라와 있습니다.
저가 무전기 하나로 뚫린 보안
이번 사건은 제주공항의 보안 수준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제주공항은 국가보안 가급에 해당하는 국가중요시설 최고 등급으로 관리되는 곳인데,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저가형 무전기 하나로 관제 교신이 뚫린 겁니다. 경찰 관계자도 일반 무전기로 감청이 가능하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경찰은 A 군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출국 정지 조치를 내렸습니다. 단순 취미라는 진술과 달리 대공 혐의점이나 일반이적죄 적용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데요. 권보헌 극동대학교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는 불법 장비의 국내 반입 차단과 공항 내 감시, 신고 체계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저가 무전기 하나로 뚫린 보안 허점이 언제까지 방치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