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보다 먼저 시작된 '눈가림' 작전
이란 최고지도자에 대한 공습이 있기 훨씬 전, 전쟁은 이미 사이버 공간에서 시작됐습니다. 지난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기 직전, 이란 전역의 인터넷 연결이 급격히 끊어지면서 사실상 국가적 디지털 마비 상태에 빠졌습니다. 동시에 이란 혁명수비대 관련 기관과 국영 언론사 웹사이트들이 해킹 공격을 받아 차단되기도 했죠. 이는 단순한 기술적 결함이 아닌, 물리적 공격에 앞서 상대방의 '눈과 귀'를 막는 체계적인 작전의 일환이었습니다.
공개된 정보를 보면, 이스라엘은 수년 전부터 이란 수도 테헤란의 교통 카메라 네트워크를 해킹해 고위 인사들의 이동 패턴을 꾸준히 추적해 왔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첩보와 결합되어, 공격 당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동선과 지도부 회의 개최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공습 개시 직전에는 특정 지역의 이동통신 기지국을 마비시켜 경호팀의 연락까지 차단했는데요, 재래식 공격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정교한 정보전과 사이버전의 우위가 발휘된 겁니다.
국민 앱 해킹과 심리전의 교과서
물리적 폭발음과 함께, 이란 국민들의 스마트폰에도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국민 5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이슬람 기도 시간 알림 앱 '바데사바'가 해킹당해, '심판의 시간이 왔다'는 내용의 투항 권유 메시지가 30분간 발송된 거죠. 국영 통신사 홈페이지에도 정권을 비난하는 문구가 일시적으로 게시되는 등, 전쟁의 전선이 군사시설을 넘어 국민의 심리와 사기로 확장된 모습이었습니다.
이러한 심리전은 한쪽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이란 역시 이스라엘을 상대로 방공망 교란 시도와 허위 경보 문자 메시지 대량 발송 등 사이버 보복에 나섰습니다. 더욱이 이란 내에서는 정부의 인터넷 차단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과 VPN을 이용해 공습 영상과 정보를 계속해서 공유하고 있습니다. 스타링크 단말기 가격이 급등하는 모습에서, 국민들의 정보 접근에 대한 간절함과 정부의 통제 간 긴장 관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전쟁 시대의 도래
전문가들은 이번 일련의 사건들을 두고 '하이브리드 전쟁'의 전형적인 사례로 꼽습니다. 이는 군사력과 사이버 공격, 정보전, 심리전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국가의 체제와 국민 의지를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새로운 형태의 분쟁 양상입니다. 과거에도 이스라엘이 이란 핵과학자를 암살할 때 정밀 정보에 기반한 방식을 사용한 바 있지만, 이번처럼 물리적 작전과 디지털 공격이 실시간으로 연동된 규모와 정교함은 이전과 차원이 다릅니다.
미국 당국은 이미 이란이 미국의 핵심 기반 시설을 노린 사이버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을 경고하며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사이버 보안 업체들은 이란이 연계된 해커 집단을 동원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국방·정보 기관 네트워크를 표적으로 삼을 것이라고 내다보죠. 재래식 군사력에서 열세일수록,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고 부인 가능성(plausible deniability)이 있는 사이버 공격은 매력적인 보복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갈등은 당사국을 넘어 글로벌 사이버 보안 환경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한국을 비롯한 제3국도 공격의 경유지로 악용되거나 연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요. 군사 충돌과 사이버 위협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국가 차원의 대응 전략과 국제적 협의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