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우라늄, 러시아가 맡겠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5월 9일 모스크바 전승절 열병식 직후 기자회견에서 뜻밖의 제안을 내놨습니다. 러시아가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을 자국에서 보관할 준비가 됐다는 겁니다. 이는 지난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 당시 러시아가 한 차례 시행했던 방식과 같은데요. 당시에도 이란의 농축 우라늄을 러시아로 옮겨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차단한 바 있습니다.
푸틴은 이번 제안이 이란 핵문제를 종식시키기 위한 협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미국이 이후 입장을 바꾸면서 이란이 강경하게 돌아섰다고 지적했죠. 실제로 크렘린 대변인 페스코프는 지난 4월 15일 푸틴이 이미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 구상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전쟁은 막바지…젤렌스키 만남도 검토
같은 자리에서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며 사실상 종결 수순을 시사한 건데요. 그는 이 전쟁을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규정하면서도, 평화조약에 최종 합의가 이뤄진 뒤에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직접 만날 가능성도 열어뒀습니다. 이는 협상 과정이 아닌 최종 서명 자리에서만 만남이 가능하다는 뜻을 내포한 발언입니다.
푸틴은 NATO와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갈등을 부추겼다고 비판하며, 유럽과의 대화 채널로는 친러 성향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적합하다고 언급했습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같은 날 5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의 휴전과 1,000명 포로 교환을 선언해 분위기에 힘을 보탰습니다.
복잡해진 중동, 러시아의 외교적 줄타기
푸틴이 이 모든 발언을 한 배경에는 중동의 복잡한 정세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28일 이란을 상대로 대규모 군사 작전을 개시한 뒤 이란은 미사일과 드론으로 반격에 나섰고, 걸프 국가들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푸틴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 계획이 없으며 IAEA도 관련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재차 확인했습니다. 러시아는 이란뿐 아니라 걸프 국가들과도 우호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입장이라, 충돌이 확대될 경우 모든 이가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란 우라늄 중재 제안도 결국 중동에서의 전략적 입지를 지키면서 지역 안정을 꾀하려는 고육지책으로 읽힙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결하고 이란 문제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면서, 향후 국제 정세는 더욱 빠르게 움직일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 제안을 받아들일지, 그리고 젤렌스키가 푸틴과의 만남에 응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