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현황과 수습
홍콩 타이포 지역의 '웡 푹 코트' 아파트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사망자가 146명으로 늘어났습니다. 2천여 가구가 거주하는 32층 규모의 아파트 단지 7개 동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며, 43시간 만에 진화되었지만 여전히 40여 명의 실종자가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수색팀은 어두운 환경 속에서 헤드라이트와 손전등을 활용해 시신을 찾고 있으며, 계단과 옥상 등에서 추가 시신이 발견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화재는 홍콩 역사상 최악의 건물 화재 참사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홍콩 당국은 사흘간의 공식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18개 구역에 추모당을 마련했지만, 시민들의 슬픔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출신 가사도우미를 포함한 이주노동자들이 다수 희생되면서 국제적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한 필리핀 가사도우미는 생후 3개월 된 고용주 가족의 아기를 껴안은 채 구조되는 등 극적인 생존 사례도 있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실종 상태입니다.
구조적 문제와 안전 관리 실패
화재 원인으로 처음 지목된 것은 보수공사에 사용된 대나무 비계였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나무 자체보다는 저가 입찰과 다단계 하도급 관행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합니다. 홍콩의 건설 현장에서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저가 입찰 방식으로 인해 시공 비용이 50~70%까지 절감되는 대신, 안전 관리가 소홀해지는 시스템적 결함이 존재해 왔습니다.
주민들은 화재 발생 전부터 보수공사 과정에서의 안전 위험을 수차례 신고했지만 당국의 무관심 속에 참사로 이어졌습니다. 화재 당시 8개 동 전체에서 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았고, 외부 발포 스티로폼과 대나무 비계가 불길을 빠르게 확산시킨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이런 점들은 안전 관리 시스템의 전반적인 부재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정치적 긴장과 여론 통제
참사를 계기로 홍콩 사회에서는 정부의 감독 소홀과 부패 의혹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독립조사위원회 설치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이 진행되었지만, 홍콩 국가안보공서는 청원 주도자를 '반역적 언행'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당국은 "재난을 이용해 홍콩을 어지럽히려는 세력"을 경계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2019년 대규모 반중 시위의 재발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중국 중앙정부는 전국 고층 건물을 대상으로 대형 화재 위험 전수조사를 지시하는 한편, 홍콩 내에서는 정치적 불안정을 차단하기 위한 여론 통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정부 비판에 대한 단속 수위가 높아지면서 시민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향후 전망과 과제
이번 참사는 홍콩의 노후 건물 문제를 다시금 조명하게 했습니다. 홍콩에는 30년 이상 된 건물이 2만7,000여 채에 달하는데, 악명 높은 부동산 가격으로 재건축과 리노베이션 모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2017년 런던 그렌펠 타워 화재 이후 영국이 가연성 외장재 사용을 전면 금지한 것처럼, 홍콩도 건설 시스템 전반의 개혁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당국은 공사업체, 감리업체, 하청업체 관계자 등 11명을 체포해 보수 공사 예산 집행 과정을 집중 조사 중입니다. 그러나 시민들은 단순한 책임자 처벌을 넘어 시스템 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오는 12월 7일 예정된 입법회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파장도 예상되는 가운데, 안전보다 비용을 우선시하는 관행이 초래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