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회의에서 월드컵이 금기어가 된 까닭과 유럽의 방위비 갈등

아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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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달 전 수정 · 2026년 7월 11일 오전 8:33

발행: 2026년 7월 11일 오전 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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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나토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럽에 GDP 대비 5% 방위비 증액과 500억 달러 무기 매입을 요구했다. 유럽은 합의했지만 접경국은 증세를 감수하고 영국·프랑스는 재정난에, 스페인 등은 저항하며 세 갈래로 갈렸다. 미국의 신뢰성과 유럽 방산 능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월드컵을 피해야 했던 나토 회의장

2026년 7월,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유럽 정상들은 한 마디를 조심스럽게 피했습니다. 바로 '월드컵'이었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축구 선수의 징계를 풀어달라고 FIFA 회장에게 직접 전화할 만큼 관심이 컸던 대회에서, 미국이 벨기에에 4-1로 대패해 8강에 진출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분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축구 이야기를 아예 꺼내지 않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회의장 분위기는 월드컵 문제보다 훨씬 무거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 당시 유럽의 지원 부족을 질타하며 그린란드 통제권을 요구했고, 반대할 경우 유럽 주둔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런 강경한 압박 끝에 유럽 국가들은 2035년까지 GDP 대비 5% 이상의 국방비 인상과 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무기 매입을 약속하며 회의를 일단락지었습니다.

무기냐 복지냐, 갈라진 유럽의 선택

회의에서 한목소리를 냈지만 유럽 각국은 실제 이행 과정에서 뚜렷하게 갈라졌습니다. 러시아와 맞닿아 있는 폴란드는 GDP 대비 4.3%의 방위비를 기록 중이며, 리투아니아와 핀란드는 증세와 복지 삭감을 감수하며 목표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독일 역시 낮은 국가부채를 바탕으로 내년 국방예산을 30% 이상 늘리는 방안을 의결했습니다.

반면 각국 사정은 달랐습니다. 핵보유국인 영국과 프랑스는 증액 의지는 있지만 도로와 에너지 등 공공 지출을 줄이기 어려워 2030년까지 각각 GDP의 2.7%, 2.5% 수준에 머물 전망입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은 이행 의지가 더욱 희미한데, 스페인은 방위비를 GDP의 2.1%로 제한하겠다고 선언하며 5% 목표의 비현실성을 주장했습니다.

스페인의 버티기와 남은 과제

스페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인 압박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가 무역 중단까지 엄포를 놓았지만, 스페인은 EU 회원국이라는 구조적 방패와 로타 및 모론 기지의 전략적 가치를 바탕으로 유연하게 대응했습니다. 실제로 와인과 올리브유 일부 품목 거론에 그쳤을 뿐 본격적인 보복은 이뤄지지 않았고, 회의 막판 트럼프는 표현을 누그러뜨렸습니다.

그러나 유럽의 불안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방산 생산 능력이 부족해 약속한 무기를 제때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고, 미국이 나토 방위조약 5조에 따라 실제 군사 개입을 해줄지에 대한 신뢰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특히 이란 전쟁에 발목 잡힌 미국이 러시아의 도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물음표입니다. 유럽이 진짜로 맞닥뜨린 과제는 돈을 쓰는 것 이상으로, 독자적인 안보 역량을 키우는 일일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