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호투표제를 둘러싼 민주당의 계파 갈등
더불어민주당이 8월 17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선거 방식을 두고 살얼음판을 걷고 있습니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도입을 추진한 이른바 '선호투표제'를 둘러싼 계파 간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이 소집한 최고위원회의마저 결론 없이 무산되었습니다. 이제 당내 갈등은 단순한 룰 논쟁을 넘어 계파 대립의 뇌관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선호투표제는 유권자가 후보에게 1순위부터 3순위까지 선호도를 기재하는 방식입니다. 1차 개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최하위 후보를 탈락시키고, 해당 투표지의 2순위 표를 다른 후보에게 합산해 당일 바로 당선자를 정하는 구조입니다. 별도의 결선투표 없이 하루에 결과가 나오는 점이 기존 방식과 가장 큰 차이입니다.
찬반으로 갈린 해석, 누구에게 유리한가
이 제도를 두고 친명계와 친청계의 해석은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습니다. 김민석 전 국무총리와 송영길 의원 측은 선호투표제를 결선투표의 일종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이 제도가 이재명 대통령 체제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채택된 레거시라며, 전당대회준비위의 결정을 뒤집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김 전 총리 측은 초반 여론조사 우세를 바탕으로 송영길 의원 지지층의 2순위 표를 흡수할 수 있다는 전략적 기대를 품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반면 정청래 전 대표와 가까운 친청계 인사들은 이를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성윤·문정복 최고위원 등은 당헌과 당규에 명시된 결선투표 원칙을 근거로, 선호투표제는 명백한 위반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이들은 통상 결선투표는 1차 이후 일주일 정도의 간격이 있어 새로운 변수가 작동하는데, 선호투표제는 이런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고 지적합니다. 결국 룰의 해석을 둘러싼 공방은 각자의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대리전 양상으로 번져 있습니다.
통합은 뒷전, 표심 잡기는 앞장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유력 당권 주자들은 권리당원의 30%가 몰린 호남 지역을 찾아 표심 잡기에 나섰습니다. 김민석 전 총리와 정청래 전 대표는 전북에서 만나 미소로 인사를 나누면서도, 지방선거 책임론과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등을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였습니다. 송영길 의원 역시 광주를 방문해 정 전 대표의 공천 방식을 비판하며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당 안팎에서는 이런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조승래 의원은 당헌과 당규가 정한 원칙대로 절차를 치르자고 쓴소리를 냈고, 계파를 떠나 규정 준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후보 등록도 하기 전부터 룰 세팅을 두고 계파 간 기싸움이 팽팽한 상황이라, 당권 주자들이 내세웠던 통합의 가치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전당대회가 가까워질수록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점이 민주당이 시급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