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문건을 두고 맞선 주장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혐의로 첫 재판에 출석했습니다. 남색 정장을 입고 수형번호 '52'를 달고 법정에 선 이 전 장관은 "직전까지 변호사였다"고 직업을 밝히며 특검의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내란 중요임무에 가담했다고 주장했지만, 피고인 측은 이에 강력히 반박했습니다.
특검 측 공소장에는 이 전 장관이 비상계엄 봉쇄계획에 따라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를 소방청에 지시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또한 계엄 문건을 미리 받아보고도 헌법재판소에서 위증했다는 혐의도 제기되었죠. 하지만 이 전 장관 측은 "대통령 집무실에서 처음 계엄 선포 계획을 접했다"며 사전 모의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이태원 참사와 안전 지시 논란
가장 첨예한 대립은 소방청장에게 건 전화 내용을 두고 벌어졌습니다. 특검은 이를 내란 가담의 증거로 보는 반면, 이 전 장관 측은 완전히 다른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이태원 참사를 경험한 입장에서 시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앞섰다"는 것이 변호인단의 주장입니다. 이 전 장관은 과거 변호사 시절 인명 피해 사고를 목격한 경험이 있어,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안전에 유의하라고 당부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계엄 당일 대통령실 CCTV에 찍힌 웃는 모습에 대해서도 "국민 안전에 대한 책임감의 발로"였다고 해명하며, 당시 상황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특검은 이러한 주장이 사실을 호도하려는 시도라고 보고 있습니다.
재판장 안팎의 공방
법정 안에서는 변호인 측의 날선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언론을 통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씌우고 있다"며 수사 방식 자체를 문제 삼았습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 기각 사례를 들며 "의도적인 프레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특검 측은 "검찰 모욕에 해당한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한편 법원은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법정 촬영과 중계를 허용했습니다. 이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조치로, 재판 과정은 개인정보를 비식별화한 뒤 공개될 예정입니다.
향후 수사와 재판 전망
특검팀의 수사는 이 전 장관을 넘어 더 넓은 범위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조태용 전 국정원장은 계엄 계획을 알고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직무유기 혐의로 2차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안성식 전 해양경찰청 기획조정관도 해경을 계엄에 가담시키려 한 혐의로 재조사 중입니다. 두 사람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도 검토 중인 만큼, 향후 수사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 재판에서는 이 전 장관의 계엄 당일 행적을 증언할 운전비서관 등 증인 4명에 대한 신문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특히 울산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동안의 상황에 대한 증언이 특히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24일에 열릴 다음 공판에서는 이 전 장관의 구체적인 행적과 소방청장 등에 대한 지시 내용이 보다 명확하게 규명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