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를 집어삼킨 7분
8월 26일, 네팔과 중국 티베트 자치구가 맞닿은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끔찍한 참사가 시작되었습니다. 해발 5,200m가 넘는 고지대에서 빙하와 암석이 무너지면서 쏟아진 토석류는 좁은 협곡을 따라 시속 180km에 달하는 속도로 내려왔는데요. 발생 지점과 피해 지역의 고도 차이가 약 3,000m에 달해 붕괴 후 단 7분 만에 국경 인근 마을을 초토화했습니다.
이번 재난으로 양국에서 확인된 사망자는 584명에 이르고, 실종자는 2,500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특히 힌두교 성지와 순례길이 있는 지역이라 외국인 방문객이 많았는데, 실종자 가운데 인도인 320명을 포함한 30여 개국 출신 517명이 포함되었습니다. 인명 피해 규모가 워낙 커서 희생자 시신 7구는 물에 떠밀려 150km나 떨어진 인도 북부 강에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물폭탄을 안은 '자연댐'의 위험
홍수가 일으킨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쏟아진 토석류가 강줄기를 막으면서 길이 150m, 높이 50m에 달하는 거대한 자연 댐이 생겼는데, 이른바 '언색호'입니다. 현재 이 호수에는 250만 톤이 넘는 물이 고여 있고, 이미 일부가 범람하며 하류 수위가 상승했습니다.
중국 수리부와 네팔 당국은 다음 달 1일까지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추가로 300만㎥의 물이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천연 제방이 불안정해 집중호우 시 붕괴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인데요. 이 댐이 무너지면 상류의 물폭탄이 연쇄적으로 쏟아지며 2차 대홍수가 발생할 위험이 매우 큽니다. 이런 상황 탓에 네팔 군 당국은 헬기 수색을 불허하고 구조대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번 참사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2014년 EBS 다큐멘터리에서 히말라야 빙하호 범람 위험을 경고한 바 있는데, 전문가들은 기온 상승으로 인해 히말라야 빙권이 예전보다 훨씬 불안정해졌다고 지적합니다.
구조 현장과 한국인 실종자들
이번 재난에는 우리 국민도 큰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현지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던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 소속 직원 9명이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입니다. 사고 현장에 고립되었던 다른 한국인 10명은 네팔 군과 대사관의 도움으로 안전 지역으로 빠져나왔지만, 실종자 수색은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신속대응팀을 현지에 파견하고 공석이던 주네팔 대사에 박재경 전 짐바브웨 대사를 즉각 임명했습니다. 정부는 헬기와 드론을 활용한 저공 수색을 준비하고 있으며, 네팔 측이 수용할 경우 해외긴급구호대와 군 수송기까지 투입할 계획입니다. 외교부는 네팔 내 4개 지역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하고 해당 지역 체류 국민의 신변 안전과 긴급 대피를 당부했습니다.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네팔 대통령에게 각각 위문전문을 보내 피해 지역의 하루빨른 안정을 기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