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 적어지자 열린 북극 바닷길
기후변화로 북극해의 얼음이 예년보다 크게 줄면서 새로운 해상 물류로가 열리고 있습니다.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북극해 입구를 먼저 살펴본 결과, 8월 현재 대부분 구간이 해빙이 없는 '오픈 워터' 상태로 바뀌어 대형 컨테이너선도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는 환경이 확인되었습니다.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팬스타그룹의 2758TEU급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가 지난 22일 부산신항을 출항했습니다. 화학제품과 중고차, 자동차 부품 등을 싣고 영국과 네덜란드, 폴란드를 거쳐 10월 초 귀항할 예정인데요. 이번 항로는 기존 수에즈 운하 경로보다 거리가 약 35% 짧고, 운항 기간은 10일가량 줄어듭니다. 연료비도 30%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최근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둘러싼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대체 항로로서 북극해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경제성은 아직 엇갈린 전망
거리와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건 분명한 장점입니다.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여러 개 남아 있습니다. 극한의 추위와 빙판을 견딜 수 있는 내빙선을 확보해야 하고, 전문 항해사 채용과 특수 보험 가입도 필수입니다. 이런 추가 비용을 감안하면 실제 수익성이 어느 정도일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북극항로 운송비가 수에즈 항로보다 약 55% 높다고 분석한 반면, 부산대 연구진은 평균 18.2% 낮다고 봤습니다. 강경우 한양대 교수는 주요 해상 통로의 문제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북극항로 시도 자체는 의미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시범운항과 상업적 활성화는 별개의 문제라며 수익성은 장기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배만 띄우는 게 아니다…정부, 산업 생태계 육성
정부는 북극항로를 단순한 항로가 아닌 국가 차원의 산업 생태계로 키우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시행된 '북극항로 활용 촉진 및 연관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연관산업 범위를 항만·물류에서 선박관리, 건설, 엔지니어링, 원자력까지 확대했습니다.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북극항로위원회와 9개 부처가 참여하는 실무위원회, 북극항로추진본부를 가동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울산항만공사는 북서항로 상업 화물 운송 실적이 세계 최대인 네덜란드 로열 바겐보그, 한국해양진흥공사와 3자 협약을 맺었습니다. 울산항을 북극항로의 주요 거점으로 삼아 친환경 연료 공급과 운항 노하우를 축적하고, 부산항은 환적 허브로서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정보 플랫폼 구축과 전문 인력 양성도 병행되며, 북극 시대를 대비한 체계적인 준비가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