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안 7개월 아기, 총격에 숨지다
2026년 6월 5일 저녁, 요르단강 서안지구 헤브론 남쪽 텔루메이다 지역에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스라엘군이 민간인 가족이 탄 차량에 총격을 가해 생후 7개월 된 아기 샘 파드 아부 하이칼이 숨지고 부모가 중상을 입었습니다. 당시 차량에는 아기와 부모, 할머니가 함께 탑승하고 있었는데요, 총알이 아버지 파헤드 아부 하이칼의 손을 뚫고 엄마 품에 안긴 아기에게 그대로 박혔다는 유족의 증언이 전해졌습니다.
사건의 발단을 두고 양측의 주장은 정면으로 엇갈리고 있습니다. 유족과 목격자들은 이스라엘군의 정지 명령에 따라 차량을 완전히 멈춘 뒤였으며, 병사와 불과 10m 거리에서 별다른 경고 없이 발포가 시작됐다고 말합니다. 반면 이스라엘군은 해당 차량이 돌진하는 것으로 의심해 대응 사격을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군은 부상자들이 작전과 무관한 민간인임을 시인하고 애도를 표하면서도, 정확한 경위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안지구의 민감한 화약고, 헤브론
이번 사건이 발생한 텔루메이다는 헤브론 내에서도 특히 민감한 지역입니다. 이곳은 중무장한 이스라엘군의 보호 아래 유대인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뒤섞여 거주하는 곳인데요, 사소한 마찰도 큰 충돌로 번질 수 있는 화약고나 다름없습니다. 사실 이스라엘은 1967년 중동전쟁 이후 헤브론을 포함한 서안지구를 점령한 뒤,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착촌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유대인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주민을 쫓아내기 위해 방화나 가축 약탈을 벌이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2023년 10월 7일 이후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에서만 어린이 240명을 포함해 1,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는 유엔 통계는 이 지역의 위험성을 보여줍니다. 외신들은 민간인 사살 사건이 발생해도 내부 조사를 거쳐 실질적인 징계나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을 꾸준히 지적해 왔습니다. 이번 사건 역시 조사가 제대로 된 책임 규명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경고와 확산되는 우려
이번 참변은 국제사회의 강한 비판을 불러모으고 있습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무고한 영아의 희생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국제법 준수를 촉구했습니다. 더 나아가 아지트 순가이 유엔 인권사무소 소장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인종청소 징후가 보인다며 이스라엘을 강력히 규탄했는데요, 이는 군과 경찰, 정착민들이 처벌 없이 팔레스타인인을 살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물론 최근 국제 여론은 더욱 구체적인 압박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유엔은 이스라엘을 성폭력 가해국 블랙리스트에 포함시켰고, 프랑스를 비롯한 서방 국가들 사이에서는 팔레스타인을 주권 국가로 인정하고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 나라는 이미 159개국에 달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외교적 고립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이러한 국제적 압박이 실제 군사 작전이나 점령 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