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불붙은 파병 논쟁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가 국회 대정부질문 둘째 날에 걸리면서 여야 간 공방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작년 11월 이전부터 파병 요청이 있었다며 정부의 구체적인 동의안 제출 시점을 압박했는데요. 이두희 국방부 차관은 국민 안전과 경제적 이익이라는 국가 이익 관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국민적 동의가 필수적이라며 신중한 결정을 주문했고, 박윤주 외교부 차관 역시 국내법 절차와 사회적 동의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사실 이번 파병 논의는 단순한 안보 문제를 넘어 외교와 경제를 아우르는 복합적인 쟁점입니다.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 확산으로 국제유가가 6% 이상 급등하며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 원유가 모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는데요. 이러한 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 압박을 키우며 금리 인상 전망까지 더하고 있습니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죠. 이처럼 호르무즈 해협은 우리나라 원유 수입의 60%가 지나는 생명선인 동시에 분쟁의 핵심 지점입니다.
여야 넘어 당내서도 갈라진 시선
파병 찬반은 여야 대립을 넘어 야당 내부에서도 첨예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은 어떤 명목으로도 파병을 용납할 수 없다며 국회 동의안 제출 시 반대하겠다고 밝혔고, 김병주 의원은 대의명분 없는 침략 전쟁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송영길 의원은 헌법상 침략 전쟁 반대 원칙과 유엔 결의 부재를 들어 나토와 일본조차 거부하는 상황에서 파병 동의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는데요. 이런 기류 속에서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등 범여권에서도 파병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반면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은 한미 관계와 선박 보호를 고려할 때 비전투 병력 파병은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을 제기했습니다. 박 의원은 전투병 파병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 결정한 비전투 병과 파병은 국회 동의안이 통과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죠. 당연히 민주당 지도부는 이런 내부 분열과 한미 동맹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과거 이라크 파병 당시의 진통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의도이지만, 161석의 거대 의석을 가진 만큼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도 파병 동의안의 운명을 좌우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이 꺼낸 현실론과 과제
전문가들은 파병의 실익에 대해 차분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정인교 교수는 파병이 한미 관계를 매끄럽게 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대미 투자나 관세 압박을 한 번에 해결해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는데요. 이혜정 교수는 파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 계산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고, 전봉근 명예교수는 새로운 이득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고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물론 이란 측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파병 시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전문가들은 물리적 보복은 물론 통항 제한 등 경제적 보복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국내적으로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추세 속에서 진보 진영의 반대 여론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죠. 정부가 구체적인 손익 계산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음 주 부산에서 열릴 통합국방협의체 회의에서 미국 측이 파병 문제를 공식 제기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의 결정은 더욱 주목받을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