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 실랑이가 부른 참극
2025년 6월 26일 새벽, 경기 화성시에서 20대 A씨가 60대 택시기사 B씨를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대법원에서 징역 35년으로 확정됐습니다. 사건은 A씨가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중 목적지를 찾지 못하면서 시작됐는데요. B씨가 더 이상 운행이 어렵다며 하차와 요금 정산을 요구하자, A씨는 가방에 있던 흉기를 꺼내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범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B씨의 비명을 듣고 현장에 나온 50대 주민 두 명이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A씨는 택시 운전석에 올라 이들을 차량으로 들이받아 상해를 입혔습니다. 이후 택시를 직접 몰고 달아났고, 약 1시간 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검거됐습니다. 살인과 살인미수, 절도 혐의가 모두 인정된 겁니다.
심신미약 주장, 왜 통하지 않았나
재판의 핵심은 A씨의 정신질환 여부였습니다. A씨 측은 조현병과 망상장애, 우울증, 경도 지적장애 등을 근거로 심신미약을 주장했습니다. 사회적 고립 속에서 정상적인 판단이 어려웠다는 논리였습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저하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A씨가 범행 전후 정황을 비교적 상세히 기억하고 은폐를 시도한 점이 근거로 제시됐습니다. 정신질환이 범행에 일부 영향을 미쳤더라도, 책임을 감경할 정도는 아니라는 겁니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1심은 징역 35년과 전자장치 부착 20년을 선고했고, 2심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대법원 2부는 상고를 기각하며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사형 대신 남은 쟁점
양형 과정에서 재판부는 피해자가 겪은 극심한 신체적 고통과 유족의 상처를 거듭 강조했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했고,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도 없었다는 점이 엄중 처벌의 이유로 제시됐습니다. 정신질환을 양형에서 일부 고려하면서도, 죄책에 상응하는 형을 감경할 근거로는 삼지 않은 셈입니다.
이번 판결은 사형을 구형한 검찰과 징역형을 선고한 법원 사이의 온도차를 다시 드러냈습니다. 동시에 정신질환을 이유로 한 감경 주장이 어디까지 통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을 보여준 사례로 남을 전망입니다. 대법원은 전자장치 부착과 함께 유가족 접근금지 명령도 확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