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서킷브레이커 발동된 아침
7월 28일 국내 증시는 장 시작과 함께 폭풍을 만났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급락하며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는데요, 이후에도 하락세가 멈추지 않아 결국 서킷브레이커까지 작동됐습니다. 코스닥 역시 같은 날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며 국내 증시 전반의 불안 심리가 드러났습니다.
사실 이달 들어서만 유가증권시장 12회, 코스닥 9회 등 총 21회의 사이드카가 발동됐습니다. 올해 누적 발동 횟수는 66회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기록인 45회를 훌씬 넘어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는데요. 7월 한 달에 올해 유가증권시장 사이드카의 29%, 코스닥의 36%가 집중될 정도로 변동성이 극에 달했습니다.
미국이 던진 301조 관세라는 악재
이런 급락의 배경에는 미국의 새로운 관세 폭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한국을 포함한 60개국에 최대 1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확정했습니다.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수입금지 제도 부재를 명분으로 내세웠고, 과잉생산 항목에 대한 추가 조사도 조만간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물론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는 이 관세가 미국 내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며 연준의 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다르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된 자유무역주의를 사실상 포기하면서 세계 경제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블록화가 불가피해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24년 된 제도가 막지 못하는 변동성
문제는 시장의 충격을 막아야 할 안전장치마저 녹이 슨 상태라는 점입니다. 사이드카는 선물지수 급등락 시 프로그램 매매를 5분간 멈춰 현물시장으로의 전이를 막는 장치입니다. 하지만 현행 기준은 2002년 이후 24년째 그대로인데요.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플러스마이너스 5% 이상 변동하면 발동되는데, 이 기준이 고빈도매매와 레버리지 ETF가 주도하는 현재 시장 환경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사이드카가 오히려 변동성을 키우는 고장 난 경보기가 됐다고 비판합니다. 나현승 고려대 교수는 잦은 작동이 시장 비효율성을 초래하므로 발동 요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고, 이준서 동국대 교수는 현재 5% 수준인 변동폭 조건을 더 넓게 설정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당연히 제도가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속도만큼 제도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패권적 역할이 줄어들고 각국이 보호무역으로 눈을 돌리는 가운데, 국내 증시는 24년 된 안전장치에 의지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기준으로 현재의 폭풍을 막는 데는 한계가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