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해협, 대체 길을 열다
정부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정 속에서 에너지 수급 안정을 위한 중요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카자흐스탄,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4개국을 순방한 결과, 올해 말까지 원유 2억 7300만 배럴과 나프타 210만 톤의 도입을 확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확보량은 지난해 기준으로 원유는 약 3개월, 나프타는 한 달 치 수입량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특히 이번 협의의 가장 큰 의미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과 무관한 대체 공급선을 통해 물량이 들어온다는 점이에요.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며 해협 통과 선박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이는 국내 에너지 공급망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실질적인 조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국가별 협상 성과와 ‘특별한 관계’
구체적인 협상 내용을 보면 각국마다 다른 성과가 있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는 원유 2억 5000만 배럴과 나프타 50만 톤의 공급을 확정했는데,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가 사우디에서 수입한 원유 물량의 약 90%에 달합니다. 사우디 측은 한국에 대한 ‘최우선 공급’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해요. 카자흐스탄에서는 원유 1800만 배럴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토카예프 대통령과의 친서 교환을 통해 고위급 소통 채널을 구축했습니다. 카자흐스탄 측은 한국 대통령 특사의 예방을 수락한 것이 이번 방문에서 유일했다고 밝혀, 양국 관계의 특별함을 강조했습니다. 오만에서는 원유 500만 배럴과 나프타 160만 톤을 확보하는 동시에,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 중인 한국 선박 26척에 대한 안전 지원을 요청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습니다.
장기적 안보를 위한 도전과 과제
이번 순방은 단순한 물량 확보를 넘어 장기적인 에너지 안보 체계 강화를 위한 논의의 장이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외부 지역에 석유 저장 시설을 공동으로 구축하고, 우회 송유관 건설을 검토하는 방안을 각국과 논의했습니다. 또한, 추경 예산을 통해 국내 비축 기지 저장 시설을 확충하고 주요 산유국과의 ‘공동 비축’ 사업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장비적·제도적 인프라 구축은 단발성 물량 확보보다 더 근본적인 수급 리스크 관리 전략으로 읽힙니다. 한편, 현재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에 대해서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가격 조정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국제 유가 변동과 소비자 부담을 모두 고려한 합리적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정부의 정책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