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실 세대가 만든 첫 금메달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결승에서 한국 대표팀이 일본을 5-2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연제길, 배재민, 이광노 세 선수로 구성된 팀의 평균 연령은 41.7세입니다. 1990년대 오락실 전성기를 보낸 베테랑들이 일본을 상대로 완승을 거둔 겁니다. 대전격투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첫 대회에서 한국이 초대 챔피언에 올랐습니다.
이번 종목은 스트리트파이터6, 철권8, 더 킹오브파이터즈XV 세 게임을 한 팀으로 묶어 치르는 방식입니다. 동전 던지기로 첫 종목을 정하고, 패한 팀이 다음 종목을 고르는 독특한 규칙이 적용됐죠.
1-2로 밀리던 경기를 뒤집다
경기 초반은 불안했습니다. 첫 종목 스트리트파이터6에서 연제길이 히구치 고지에게 1-2로 패했고, 철권8에서 배재민이 나카야마 다이치에게 밀리며 1-2로 뒤처졌습니다.
흐름을 바꾼 건 이광노였습니다. 그는 KOF에서 두 차례 승리해 동점을 만들었고, 이어 배재민이 철권에서 나카야마를 제압하며 3-2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이후 연제길과 배재민이 연달아 승리를 챙기며 5-2로 경기를 마무리했습니다. 1-2로 밀리던 상황에서 내리 네 세트를 따낸 것이 승부의 결정적 전환점이었습니다.
배재민은 경기 후 "감독이 짠 시나리오가 스코어까지 거의 맞았다"고 밝혔습니다. 강성훈 감독은 킹오파로 압도하고, 철권으로 버티며 스트리트파이터로 변수를 만든다는 전략을 세웠던 겁니다.
30년 게임 인생의 결실
이번 금메달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닙니다. 선수들은 대회를 앞두고 부산에서 한 달 가까이 합숙하며 하루 8시간이 넘는 훈련을 소화했습니다. 이광노는 물리치료를 병행해야 했고, 40대의 체력적 부담도 컸습니다.
배재민은 "30년 넘게 게임을 해오면서 오늘이 가장 의미 있는 날"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4년 뒤 대회에서는 후배들을 지원하는 역할에 집중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은 2023 항저우 대회에서 김관우가 스트리트파이터5 금메달을 따낸 데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금맥을 이었습니다. 오락실 세대의 마지막 불꽃이 일본 안방에서 금빛으로 터진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