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봉쇄가 불러온 공급 충격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출길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예멘 후티 반군과 이란 대리세력의 공격으로 동서 송유관과 홍해 얀부항이 파손되면서, 사우디의 하루 원유 선적량이 올해 초 750만 배럴에서 9월 초 210만 배럴로 72% 급감했는데요. 전 세계 원유 공급의 4~5%를 책임지던 핵심 라인이 마비된 겁니다.
길이 1200km의 동서 송유관은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 홍해로 원유를 내보내는 우회로였습니다. 하루 400만~500만 배럴을 실어 나르던 관로의 펌프장 두 곳이 파손되면서 복구 일정도 불투명해졌죠. 호르무즈 봉쇄와 홍해 위협이 겹치며 사우디는 수출의 양대 관문을 동시에 잃을 위기입니다.
영향은 즉각적입니다. 서울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2,000원을 넘어섰고, 사우디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은 정유 비용 상승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셔틀 서비스'라는 우회로
사우디가 꺼내 든 카드는 '셔틀 서비스'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야간에 비밀리에 통과해 오만 소하르항 인근에서 선박 간 환적을 하는 방식인데요. 셔틀선은 자동식별장치를 끄고 움직이며 미군 호위가 동반됩니다.
이 방식으로 하루 약 900만 배럴의 원유와 정제유를 수출할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옵니다. 다만 배럴당 16~20달러의 운송비용이 붙고, 추가 장비 확보가 어려워 대규모 확대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란 제재를 피하려 쓰이던 환적 기법을 미국이 사실상 차용한 셈입니다.
UAE 국영 ADNOC도 4월부터 셔틀 운송을 시작했고, 사우디는 하루 400만 배럴 규모의 비상 수송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후티의 반격과 외교전
군사적 긴장도 한층 높아졌습니다. 후티 반군이 사우디 주력 전투기 F-15을 격추했다는 주장이 사실로 확인됐는데요. CNN과 BBC는 잔해의 사우디 국기 문양과 식별번호 5539가 일치한다고 검증했습니다. 탑승자 생사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10년 넘게 이어진 사우디의 공습에서 전투기가 격추된 건 이번이 처음으로, 후티의 방공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이란 전쟁 이후 미국산 전투기 피해 사례 두 번째라는 점도 주목됩니다.
외교 채널도 분주합니다. 사우디의 요청을 받은 중국이 이란에 후티 자제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중동에서 중국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송유관 재가동까지 5~6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셔틀 서비스가 글로벌 유가의 숨통을 틔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