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회담 무산과 중동의 격랑
오만 무스카트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란과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의 고위급 회담이 개최 직전 돌연 연기되었습니다. 이번 회담은 호르무즈 해협의 상업용 선박 안전 항로를 조율하기 위한 자리였는데요. 바레인의 불참 선언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합의문 초안 이견으로 외교적 해법이 무산된 겁니다. 회담 연기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이란 남부 게슘섬 부근에서는 이란 화물선이 공격을 받아 인명 피해가 속출했고, 지역 긴장은 순식간에 최고조로 치달았습니다.
예멘의 후티 반군은 이 시기를 노린 듯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주요 섬 4곳을 모두 장악했습니다. 폐림섬과 하니시 제도를 포함한 전략 요충지에 전투 병력을 배치한 것인데요. 동시에 사우디아라비아 남서부 킹 칼리드 공군기지와 동서 송유관에 대한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습을 감행하며 대립을 극대화했습니다. 사실상 호르무즈와 홍해를 잇는 해상 요충지가 전방위적으로 봉쇄 위기에 처한 셈입니다.
유가 폭등과 에너지 공급망의 비상
외교적 출구가 막히고 군사적 충돌이 격화되면서 국제 유가는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08달러,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103달러 선을 돌파했는데요. 이는 올해 들어 77%에 달하는 폭등률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일일 평균 통항량은 최근 열흘 평균의 절반 수준인 7척까지 급감하며 해상 운송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최대 4%가 사우디 송유관 파손 등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는 분위기입니다. 에너지 시장은 이미 중동 전역의 봉쇄 가능성을 선반영하고 있는데요. 선박 통항 위험 지수가 치솟으면서 보험료와 운임 역시 급등하고 있어 글로벌 물가 상승 압력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대응과 불확실한 전망
미국과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행위자들의 움직임도 주목됩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미군 중부사령관과 긴급 회담을 가졌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후티에 대한 직접 타격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미국 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 흐름의 자유를 명분으로 이란 내 군사 주둔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강경 기조를 보였습니다.
이란 내부에서도 상황은 복잡합니다. 최고지도자 부재 속에서 타에브 바시즈 민병대 총사령관을 중심으로 한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고,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카타르 선박 피격 사실조차 사전에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강경파의 독단적 결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직전이나 직후에 전쟁을 완전히 끝내겠다고 공언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정책 실패로 규정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미국의 중동 정책도 안갯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