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여만 가는 곰 사체, 처리 시스템의 한계
일본에서 곰과의 공존이 어려운 현실적 난제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구제된 곰이 5,983마리에 달해, 지난해 한 해 전체 구제 마릿수(5,136마리)를 이미 넘어섰습니다. 환경성이 먹이 부족과 개체 수 증가를 주요 원인으로 꼽은 가운데, 곰들이 먹이를 찾아 민가에 출몰하는 건수도 2만 건을 넘어섰습니다. 이렇게 급증한 구제 곰의 사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시스템의 한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죠.
문제는 사체 처리의 현실적인 어려움에 있습니다. 일본 법률상 '구제된 곰'은 식용으로 사용할 수 없어 대부분 소각 처리됩니다. 홋카이도 후쿠시마초 같은 지역에서는 곰의 뼈와 고기를 10cm 정도로 얇게 잘라 지정 봉투에 담아 버리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마리 처리하는 데만 2~3시간이 소요될 정도로 과정이 번거롭고, 전문 해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해체 인력 부족에 고령화까지 더해진 현장
곰 출몰이 빈번한 아키타현에서는 지난 4월 이후 204마리의 곰이 구제되며 현장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엽사가 사살부터 해체 작업까지 모두 맡고 있지만, 인력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홋카이도 남부 지역을 담당하는 엽우회의 경우 13명의 엽사가 활동 중이지만, 정작 곰 해체 기술을 갖춘 인원은 3명에 불과합니다. 현장 관계자는 "해체 작업 속도가 사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인력 부족에 고령화까지 더해지면서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홋카이도에 서식하는 에조불곰은 몸길이 200cm, 무게 300kg에 달하는 거대한 곰이라 소수 인원이 해체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이대로라면 사체 처리 지연은 물론, 위생 문제 등 2차적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식용 활용론과 공존의 난제
처리 방식의 한계가 분명해지자 일각에서는 구제된 곰을 식용으로 활용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비에'라 불리는 야생 동물 고기 시장이 있어 곰 고기를 취급하는 식당도 일부 존재합니다. 독특한 풍미와 식감으로 일부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지만, 현실은 시설 부족과 법적 제약으로 식용 활용 비율이 매우 낮은 편입니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고민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국립공원공단의 반달가슴곰 복원 프로젝트로 2004년 지리산에 6마리를 방사한 이후 개체 수가 90마리 정도로 늘었고, 서식지도 덕유산, 가야산 등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곰과 인간의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자연스레 커지고 있죠. 일본의 사례가 단순한 타국 이야기가 아닌 이유입니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인명 피해입니다. 올해 일본에서는 곰 공격으로 13명이 사망했는데, 이는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특히 겨울잠을 앞둔 시기에는 먹이 부족으로 곰이 더 예민해져 동면이 늦춰질 수 있어, 겨울 내내 피해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부가 아키타현에 자위대를 투입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야생동물 보호와 인간의 안전 사이에서 낭만적인 공존만을 강요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본의 현재 상황은 먹이사슬과 서식지 관리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어떤 결과를 맞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곰의 생리를 이해하고 체계적으로 대비하는 현실적인 정책이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