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배럴 싣고 돌아온 초대형 유조선
중동 전쟁의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에 갇혀 있던 HMM 소속 초대형 원유운반선 '유니버설 위너'호가 국내로 돌아왔습니다. 이 배는 6월 10일 울산항에 접안하며, 쿠웨이트에서 선적한 원유 200만 배럴을 싣고 있습니다. 이 물량은 국내 일일 석유 소비량의 약 71%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당연히 이번 귀환은 순탄치 않은 여정의 마침표였습니다. 유니버설 위너호는 지난 2월 말 호르무즈 해협에 진입해 3월 초 원유를 선적했지만, 이후 중동 지역 군사적 긴장 고조로 해협에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렸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군사공격을 개시한 뒤 해당 해역은 사실상 봉쇄됐고, 한국 선박 26척이 발이 묶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반대로 한국 정부는 이란 측과 외교적 협의를 이어갔고, 지난 5월 20일 유니버설 위너호가 해협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당시 갇혀 있던 한국 선박 26척 가운데 유일하게 봉쇄망을 벗어난 배였습니다. 이후 약 3주간의 항해 끝에 울산에 도착한 것입니다.
사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척의 유조선 귀환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유니버설 위너호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계약 선박으로, 민간 기업의 화물 운송과 국가적 에너지 안보가 밀접하게 연결된 사례입니다. 현재 탑승 중인 한국인 9명과 외국인 12명을 포함한 21명의 선원은 전원 건강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봉쇄 해제 뒤에도 남아 있는 배들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유류 물동량의 핵심 통로이자 동시에 최대 위험 해역으로 떠올랐습니다. 이 해협을 지나는 원유는 전 세계 공급량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는데요. 한국 역시 중동산 원유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라 이번 봉쇄는 산업계에 상당한 우려를 안겼습니다.
물론 이번 유니버설 위너호 탈출은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과 그 주변에 한국 선박들이 남아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HMM 소속 선박만 해도 유조선과 벌크선, 컨테이너선을 포함해 총 5척이 현지에 묶여 있었고, 이번에도 4척이 체류 중입니다. 이 중 벌크선 '나무호'는 지난 5월 4일 이란 미사일 공격을 받아 두바이에서 수리 중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당연히 이들 선박과 승선원들의 조속한 귀환을 위해 정부 차원 외교 노력은 이어져야 합니다. 특히 에너지 수입 대부분을 해상 운송에 의존하는 우리 특성상 중동 해역 안정은 단순 물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동맥과 직결된 과제입니다.
원유 수급과 에너지 안보의 과제
이번 입항으로 당장 원유 수급 공백은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입니다. 200만 배럴은 국내 하루 소비량의 상당 비율을 차지하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은 하역 및 정제 공정을 신속히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대로 한 건의 성공적인 선박 회수가 장기적 해답은 아닙니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반복될 경우 한국의 에너지 수입망은 언제든 비슷한 충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사태가 던진 핵심 시사점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물리적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해상로인 만큼, 외교적 우회로 확보와 비상 대응 체계를 보다 촘촘히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실 최근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중동 불안에 더해 무역 긴장까지 겹쳐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정부는 남아있는 선박들의 안전한 귀환과 추가 물량 확보를 위해 중동 외교에 계속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사태가 에너지 안보를 점검하는 계기가 된다는 기대 속에서, 물리 인프라와 외교 역량을 함께 갖추는 노력이 뒤따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