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신고에도 막지 못한 비극
2026년 7월 17일, 경기 의정부시 용현동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부부와 초등학생 자녀 2명이 모두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부부는 아파트 1층에서 추락한 뒤 발견되었고, 자녀들은 부부가 거주하던 15층 집 안에서 이미 숨져 있었는데요.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은, 비극 발생 약 5시간 전 주민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막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당일 오전 7시 40분쯤 인근 주민은 자다가 깰 정도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며 112에 신고했습니다. 신고자는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지 못했고, 옆 동 같은 층인 것 같다는 취지로만 진술했는데요. 출동한 경찰은 아파트를 돌며 20여 세대를 탐문했으나, 해당 세대의 초인종을 눌러도 인기척이 없어 결국 철수했습니다. 그로부터 불과 몇 시간 뒤인 낮 12시 55분경, 부부의 추락 신고가 접수되면서 일가족 4명의 사망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두 차례 찾아갔던 경찰
사실 이 가정은 이번이 처음으로 경찰의 관심을 받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5월 말에도 비명 소리로 추정되는 112 신고가 접수된 바 있는데요. 당시 경찰이 다시 전화했을 때 아이가 학원에 가는 중에 잘못 걸었다고 답해, 특이 사항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두 차례의 신고 모두 구체적인 위치 특정과 내부 상황 확인이 어려워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셈입니다.
경찰은 현장에서 유서를 확보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습니다. 경찰 내부에서는 부모가 자녀들을 먼저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방향을 잡고 있는데요. 다만 정확한 사망 원인과 시점은 부검 결과가 나와야 구체적으로 파악될 전망입니다.
되풀이되는 가족 비극
이번 사건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부모에 의한 자녀 살해, 이른바 가족 내 비극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지난 3월 울산 울주군에서는 생활고와 양육 부담을 호소하던 30대 아버지가 미성년 자녀 4명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되었고, 1월 대전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부모가 딸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있었는데요.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망 사례 중 부모가 가해자인 비율은 최근 3년간 80%를 상회하며 심각한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비명 소리가 들렸음에도 현장에서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면 경찰이 강제 진입까지 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가족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결정적 순간을 놓쳤다는 점에서 경찰 대응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개인의 비극에 그치지 않고, 가족 내 위기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고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