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차질을 불러온 미·이란 충돌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일주일째 이어지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심각한 충격이 퍼지고 있습니다. 17일 기준 WTI 8월물은 배럴당 82.49달러, 브렌트유 9월물은 88.10달러를 기록하며 일주일 새 13% 급등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전면전으로 확산될 경우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사태는 단순한 중동 분쟁을 넘어 전 세계적인 공급망 위기로 번져가고 있습니다.
다중으로 맞물린 공급 차질
이번 위기의 심각성은 원유 수송로가 동시에 위협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 혁명수비대의 폐쇄 선언으로 사실상 운송이 중단됐고, 이란이 예멘 후티 반군에 홍해 수송로 봉쇄를 지시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습니다. PVM오일어소시에이츠의 타마스 바르가 애널리스트는 호르무즈를 피해 우회 수출하는 상황에서 후티의 움직임은 실질적인 위협이 된다고 분석했습니다.
경유 수급 차질까지 겹치며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으로 러시아가 7월 말까지 경유 수출을 금지하면서 하루 수출량이 80만 배럴에서 23만4천 배럴로 급감했습니다. 미국 정유사들은 항공유 생산 비중을 높인 데다 해외 수출 채산성이 높아지면서 미국산 원유가 아시아로 대량 유출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미국 경유값은 갤런당 5달러를 돌파하며 자국 내 수급까지 불안정해졌습니다.
식탁과 주유소까지 번지는 파장
경유는 대형 화물차와 농기계, 냉장 유통에 필수적이어서 물류비 상승분이 상품 가격에 곧바로 반영됩니다. 특히 연료와 비료는 농가 운영비의 약 15%를 차지하기에 협상력이 약한 중소 가족농의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신선 채소는 가격이 즉각 반영되지만 곡물은 가공 과정을 거쳐 2027년에야 본격 반영될 전망입니다.
국내 시장도 예외는 아닙니다. 9주 연속 하락하던 주유소 휘발유값 하락세가 크게 둔화되며, 7월 셋째 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77.5원으로 전주 대비 15.5원 내리는 데 그쳤습니다. 직전 주 하락 폭이 59.1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입니다. 수입유 기준인 두바이유는 이미 배럴당 77.6달러까지 치솟았고, 군사 충돌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는 한 하반기 물가 불확실성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