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없는 요구는 없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당내 사퇴 요구에 강경하게 맞섰습니다. 지난 5일, 그는 공개적으로 “재신임이나 사퇴를 요구하려면 오늘(6일)까지 하라”며 요구 시한을 정했고, 나아가 “그럴 거면 당사자도 정치 생명을 걸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쉽게 말해, 자신을 밀어내려는 사람들도 각자의 직책을 걸고 승부에 나서라는 ‘직 걸기’ 선언이었죠. 이 발언은 한동훈 전 대표 제명 이후 불거진 당내 반발을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배수진 전략으로 읽혔습니다. 결국 데드라인인 6일 오전까지 공식적인 재신임 투표 요구는 나오지 않았고, 장 대표 측은 이를 일종의 ‘제압’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입니다.
찬반이 갈리는 ‘포커판’ 정치
장 대표의 강수에 당내 반응은 뚜렷이 갈렸습니다. 당권파는 이 카드가 효과를 봤다고 평가합니다. 여의도연구원 장예찬 부원장은 장 대표에 대한 당원 지지율이 70%를 넘는다고 주장하며, 재신임 투표가 실시되더라도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된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장 대표 체제에서 당비 납부 당원 수는 75만 명에서 108만 명으로 급증했고, 이는 그의 지지 기반이 공고하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반면 친한동훈계와 일부 소장파는 강하게 비판합니다. 김용태 의원은 이를 ‘포커판 정치’라며 비판했고, 권영진 의원은 ‘조폭식 공갈협박’이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썼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는 “당원투표에서 이겨 봤자 민심을 거스르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장 대표가 당심에만 갇혀 민심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노선 변화 요구와 미래의 그림자
갈등의 뿌리에는 당의 방향성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장 대표에 대한 비판 세력은 단순히 리더십 문제를 넘어서서 당의 노선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동훈 블랙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특히 수구적인 이미지, 극우 유튜버와의 관계, 그리고 ‘윤어게인’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편 장 대표는 갈등 확산을 막기 위해 당협위원장 교체 결정을 보류하는 등 당내 화합에 무게를 두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지방선거 공천권을 중앙당이 직접 쥐도록 당헌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조직 장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당내 갈등이 표면적인 권력 다툼을 넘어 당의 정체성과 미래 전략에 대한 본격적인 논쟁으로 비화하고 있는 셈입니다. 아직 재신임 투표라는 화약고에 직접 불이 당기지는 않았지만, 모든 당원의 정치적 생명을 건 승부수는 당내 긴장을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시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