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번의 접근, 경찰은 몰랐다
지난 10월 11일 새벽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한 주거지에서 26살 김성우가 장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아내 A씨를 차량에 태워 강원 양양의 야산으로 끌고 간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장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고, A씨는 도주 과정에서 구조됐습니다. 경찰은 김성우를 보복살인과 보복감금 혐의로 20일 구속 송치했습니다.
문제는 이 사건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참극이었다는 점입니다. 김성우는 9월 16일부터 사건 당일까지 18차례에 걸쳐 처가 주변을 배회하며 A씨를 기다렸습니다. 이 가운데 9차례는 법원이 내린 접근금지 임시조치 기간에 이뤄졌습니다. 그런데도 A씨는 물론 경찰도 그 사실을 사건이 터질 때까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신고에만 기대는 보호 체계
동기는 보복이었습니다. A씨는 8월 가정폭력 신고를 하고 혼인무효 소송을 냈는데, 경찰은 김성우가 이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는 범행 전날 예정된 경찰 조사를 미루고, 처가 인근에서 흉기를 미리 산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현행 가정폭력 임시조치에는 전자발찌나 위치추적 장치를 붙이는 규정이 없습니다. 접근금지 명령을 어겨도 피해자가 직접 신고하지 않으면 알 방법이 없는 구조입니다. 국회에는 관련 처벌법 개정안 4건이 계류 중입니다.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해자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장치를 훼손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 벌금을 물리는 내용의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흥신소까지 동원한 계획 범행
수사에서는 사전 준비 정황도 잇따라 확인되고 있습니다. 김성우는 2주 동안 2천만 원을 들여 흥신소에 의뢰해 장모와 아내의 동선을 파악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은 흥신소 관계자들을 입건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성우는 살인은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하지만, 경찰은 흉기를 미리 준비하고 4시간가량 처가 인근에 머문 점을 근거로 계획 범행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사후 대응 위주의 제도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위치확인장치 부착 등 가해자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국회 논의가 어디까지 진전될지가 관심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