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승리, 찬성률 60%의 의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숙원 사업으로 추진해온 '1인 1표제'가 결국 당 중앙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첫 번째 표결에서 부결된 지 두 달 만의 일이었죠. 대의원 1표의 가치를 권리당원 1표와 동등하게 만드는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정 대표는 당원 주권 강화라는 핵심 공약을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승리는 다소 빛이 바랜 승리였습니다. 찬성 60.58%, 반대 39.42%라는 접전 결과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언주 최고위원은 재적 중앙위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찬성률이 52.88%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지도부의 겸허한 성찰을 요구했습니다.
표결 직후 정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정치의 본령과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꼭 필요했던 옷을 입게 됐다"며 자축했습니다. 그는 이 제도가 앞으로 당원들에게만 인정받으면 '계파 보스'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공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번 표결 결과가 단순히 1인 1표제 자체에 대한 찬반을 넘어,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란 등 정 대표의 일련의 행보에 대한 비토(반대 투표)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계파 해체의 도구, 될 수 있을까
정청래 대표가 1인 1표제에 거는 기대는 분명합니다. 당내 기존의 권력 구조, 즉 특정 계파 중심의 공천 시스템을 해체하겠다는 것이죠. 그는 "계파 보스에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며, 이 제도가 공천 과정에서의 기득권을 없애고 평등한 기회를 보장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이번 개정은 올해 8월 차기 당 대표 선거부터 적용될 예정이라, 권리당원에게 높은 지지를 받는 정 대표 본인의 연임에도 유리한 고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계파 해체' 발언은 당내에서 예상치 못한 논란을 불렀습니다. '친명계'(이재명 대통령 지지 계파) 해체를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정 대표는 "대통령이 어떻게 계파가 되느냐"며 선을 그었죠. 우상호 전 수석은 계파가 특정 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친 정치 세력이며, 1인 1표제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제도 하나로 뿌리 깊은 계파 정치가 사라질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편, 권칠승 의원은 1인 1표제가 포퓰리즘을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당원 자격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넘어야 할 산, 합당 갈등과 제도 보완
1인 1표제라는 고비 하나는 넘었지만, 정청래 대표 앞에는 더 가파른 산이 놓여 있습니다. 바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를 둘러싼 당내 첨예한 갈등입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대통령 임기 초반에 합당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황명선,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합당 논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고, 일부 당원들은 졸속 합당을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정 대표는 최고위원들과의 일대일 면담, 초선의원들과의 간담회 등 당내 설득 작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합당 문제는 정 대표의 연임 구상과 직결되어 있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이 모든 논란은 궁극적으로 정당 민주주의의 건강성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집니다. 권칠승 의원이 지적한 대로, 신천지 집단 입당 의혹과 같은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제도가 악용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는 필수적입니다. 1인 1표제가 진정한 당원 주권을 실현하는 길이 되기 위해서는 합당이라는 정치적 현안과 제도적 보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습니다.